"재판관이 아닌 헌법의 뜻대로 판결하라!"

  • 입력 2004년 5월 12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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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은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결정과 관련, 12일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재판관의 뜻이 아니라 헌법의 뜻대로 하라!’는 글을 올리고 '헌법재판관은 용기를 갖고 헌법에 맞게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조 편집장은 이 글에서 ‘나이가 들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공직자중에서 가장 찾기 힘든 인간의 특성을 하나만 들라면 그것은 바로 ‘용기’이다’라는 영국 정치가의 말을 인용한 뒤 “헌재가 탄핵결정 때 소수의견을 낸 판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결국은 재판관들의 용기에 귀착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용기'에 대해 "예수가 돌로 쳐죽임을 당하려는 한 여자를 감싸면서 '죄없는 자가 있으면 이 여인을 치라'고 말한 바로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자신이 대신 돌을 맞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헌재 소수의견 비공개 찬반논란(Poll)

그는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선고하는 판결문을 쓰는 것이 쉽고, 기각 판결문을 쓰려면 논리가 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헌재가 정치상황을 고려해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헌법체제의 최종 수호자인 헌법재판관들에겐 이 밤이 고민과 번민의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이 분들의 고민이 진지하고 결단이 용기 있을수록 대한민국은 안전하게 되는 것이니 의무를 피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예수도 피하려는 자기희생을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헌법재판관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헌법의 뜻대로 해야 할 엄중한 의무가 있다”면서 “재판관들이 피할 수 없는 의무를 피하려 한다면 그 전에 고귀한 자리를 사양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나이가 들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공직자중에서 가장 찾기 어려운 인간의 특성을 하나만 들라면 그것은 '용기'라는 사실이다(벤자민 디스렐리. 영국의 정치가)>.

위의 名言은 헌법재판소가 오늘 탄핵결정 때 소수의견을 낸 판사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난 것이다.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하는 판결문을 쓰는 것은 쉽지만 기각 판결문을 쓰려먼 논리가 궁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헌재가 정치상황을 고려하여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한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결국은 재판관들의 용기에 귀착되는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가 돌로 쳐죽임을 당하려는 한 여자를 감싸고 나서면서 죄없는 자가 있으면 이 여인을 치라고 할 때의 그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예수의 그런 행동은, 자신이 대신 돌을 맞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기가 없으면 인간의 다른 모든 장점들이 의미가 없어진다고도 한다. 헌법체제의 최종 수호자인 헌법재판관들에겐 이 밤도 고민과 번민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분들의 고민이 진지하고 결단이 용기 있을수록 대한민국은 안전하게 되는 것이다. 고귀한 자리에 따라다니는 의무를 회피하지 않는 재판관들이 되어줄 것을 바란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게 된 자신의 운명을 놓고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가능하면 이 쓴 잔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시지 말고 하나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했다. 예수도 고귀한 의무에 따른 쓴 잔을 피하고자 했으니 인간에게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헌법 재판관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헌법의 뜻대로 해야 할 엄중한 의무가 있다. 그래서 재판관들이 神의 대리자로 불리는지 모른다. 피할 수 없는 의무를 피하려 한다면 그 전에 고귀한 자리를 사양했어야 했다.

"우리는 헌법을 지키고 헌법은 우리를 지킨다"(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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