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신축]‘캠프코이너’로 직원숙소까지 이전할듯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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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부가 4일 주한미국대사관의 신축 부지를 사실상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내 ‘캠프 코이너’로 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양국간의 해묵은 갈등이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미 대사관 이전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당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미 대사관을 대사관 직원숙소가 있는 종로구 송현동으로 옮기길 원했다. 그러나 정부는 청와대 및 경복궁 근처라는 점 때문에 이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86년 서울시와 미 대사관이 체결한 ‘재산교환 양해각서’를 통해 정부는 미 대사관으로부터 현금 330만달러와 서울 중구 을지로 미국문화원 건물 등을 받는 대신 종로구 내 옛 경기여고 터를 대사관측에 제공하고, 15층 건물의 대사관 신축을 약속해줬다.

그러나 그 후 옛 경기여고 터가 옛 덕수궁 터의 일부로 과거 궁궐 건물들이 위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및 시민단체들은 미 대사관 신축에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2000년 이후 대체부지로 송현동의 미 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와 용산 미군기지 내 캠프 코이너 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캠프 코이너는 6만7000여평으로 대사관 건물 및 직원 숙소를 모두 옮길 수 있을 만큼 넓어 유력한 대체부지로 거론돼왔다. 서울시가 송현동을 경복궁 창덕궁 가회동 인사동 등과 함께 서울의 주요 역사문화 체험장소로 발전시킬 계획을 마련한 것도 캠프 코이너에 무게가 실리게 했다.

그동안 경기여고 터를 고집했던 미 대사관측은 이날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딕 체니 미 부통령이 고 대행을 만나 그런 얘기를 나눈 것을 알지 못한다”며 “경기여고 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용산기지 이전계획에 따라 수년 내 미군으로부터 캠프 코이너 부지를 돌려받을 국방부는 “아직 미 대사관 이전부지가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만약 확정되면 부지의 소유권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부 내에서 추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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