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차관제 도입추진]외교부 “기능별 3명 필요”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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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4일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고 총리는 이날 “공직을 떠나 있을 땐 열국지를 늘 옆에 두었다”며 출입기자 50여명에게 이 책 전질(12권)을 돌렸다. -박경모기자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4일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고 총리는 이날 “공직을 떠나 있을 땐 열국지를 늘 옆에 두었다”며 출입기자 50여명에게 이 책 전질(12권)을 돌렸다. -박경모기자
정부가 한 부처에 두 명 이상의 차관을 두는 복수 차관제 도입을 본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4일 “외교통상부가 차관을 기능별로 3명을 두겠다고 요청해 와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정부 비대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아 필요한 부처에만 최소한으로 도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복수 차관제 도입의 필요성은 외교부뿐만 아니라 재정경제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차관 자리 3개 만들어 달라’=복수차관제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부처는 외교부. 직제상 차관 1명으로는 대외활동은커녕 내부 살림살이 챙기기에도 급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차관이 1명밖에 없어 중남미나 중동국가 등 외교활동이 빈번하지 않은 나라는 순방도 못 한다”며 “우리나라와 규모가 비슷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외교부 차관을 2∼5명 두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안살림을 챙기는 인사 및 조직총괄 사무차관(행정차관)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양자 외교 문제에 전념하는 정무차관, 각종 국제회의와 다자(多者)간 협의체를 전담하는 다자차관 등 3명의 차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경부도 ‘복수 차관 뒀으면…’=핵심 경제부처로 부총리급 장관을 두고 있는 재정경제부도 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 업무가 많아 차관이 일부 부담을 져야 하는 데다 국회라도 열리면 장차관 모두 자리를 비워 업무가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라며 “내부 살림을 챙기는 차관과 대외 활동에 전념하는 차관을 따로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관보가 차관 업무를 일부 덜어 주기도 하지만 경제 주무부처인 만큼 차관 1명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요구는 이질적인 업무가 혼재돼 있는 다른 경제 부처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경제 부처 관계자는 “국제회의 등에서 격을 맞추기 위해서도 차관을 복수로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큰 정부’ 비판 우려=그러나 청와대측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부처 특성을 고려한다 해도 한꺼번에 차관을 갑자기 3, 4명이나 두는 것은 어렵다”며 “꼭 필요한 부처에 한해 선별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론 복수 차관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복수 차관제가 핵심 의제로 설정돼 있지만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고 ‘공룡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외교부의 차관직 증설 요구에 대해 “외교부 차관을 2명으로 늘리려면 대신 차관급인 외교안보연구원장 직급을 정무직이 아닌 1급으로 낮춰야 한다”는 방침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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