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무마비용 54억 지불 적발

  • 입력 2004년 4월 30일 18시 43분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의 사장이 낙하산 인사에 반발해 자신의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서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고 직원들에게 모두 54억여원을 지불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또 여권발급 프로그램의 오류로 인해 위조여부 판단이 불가능한 여권을 가진 국민이 2002년 일본에서 입국을 거부당했음에도 외교통상부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15만4000명의 여권을 1년 이상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무마 비용’ 54억여원=감사원은 30일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의 정경남(鄭敬南) 사장을 해임하도록 한전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 출신인 정 사장은 지난해 5월 임명된 후 노조가 “모(母)회사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을 저지하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대리급에게 300만원, 과장급에게 400만원 정도를 주는 등 전체 직원에게 ‘급여가지급’ 명목으로 모두 54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의 무신경=전북 거주자 A씨는 2002년 7월 일본을 방문했다가 여권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절당했다.

이는 여권제작기계를 납품한 T사 제품의 프로그램이 잘못된 데 따른 것으로 외교부는 2000년 10월∼2002년 7월 전북 충북 경북 및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등에서 발급한 여권 가운데 15만4000개에 비슷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여권 회수 조치를 내리지 않은 채 T사의 프로그램만 수정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15만4000명 가운데 일부가 외국 방문시 입국 거부를 당하거나 입국 때 몇 시간씩 공항에 붙잡혀 있을 수 있음에도 외교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뒤 지난해 10월부터 여권 회수 조치를 시작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