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개최지 선정]국가균형발전 고려 부산 낙점

  • 입력 2004년 4월 26일 18시 54분


2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가 부산으로 확정되자 부산시 국제협력과 직원들이 APEC 깃발을 흔들며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부산=연합
2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가 부산으로 확정되자 부산시 국제협력과 직원들이 APEC 깃발을 흔들며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부산=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26일 부산을 개최도시로 선정하면서 “어떤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락한 서울 제주에선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 대신 위원들의 표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정위 이홍구(李洪九) 위원장은 “성공적 회의 개최와 국가 발전 계획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결정은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돕기 위한 성격이 짙다.

▽선정 과정과 배경=APEC 개최도시 선정위는 선정 과정에 대한 정치적 입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2003년 11월 27일 1차 회의 때 8가지의 객관적 선정 기준을 정했다.

그 기준은 △회의시설 △숙박시설 △공항 여건 △경호와 교통 여건 △문화 환경 △지자체의 행정 지원 능력 △행사 운영 능력 △국가 및 지방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이었다.

한 선정위 위원은 “서울은 회의시설, 숙박시설, 항공, 경호, 교통 등에서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며 “객관적 기준 면에서 부산과 제주는 지방도시로서의 ‘특별 가산점’을 받지 않는 한 서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월 16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항만공사 출범식에서 “APEC 정상회의는 가능하면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이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정위 위원들은 이에 대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치적 고려 차원에서 ‘부산’으로 내정해 놓고, 우리를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서울 지지세는 점차 약화됐고, 지방인 부산과 제주의 양강 구도로 유치전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선정위 최종 회의까지 이어져 1차 가(假)투표 결과 총 16표 중 부산과 제주는 각각 6표를 얻었고, 서울은 4표를 얻는 데 그쳤다. 정식 투표인 2차 표결을 앞두고 정부측 일부 위원이 “국가균형발전이 시대적 소명이다” “제주는 섬이어서 경호상 어려움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대세는 ‘부산’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2차 표결 결과는 부산 9표, 제주 4표, 서울 3표였다. 서울을 제외한 3차 최종 표결에선 부산이 12표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부산은 ‘지방이기 때문에’ 서울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대도시여서’ 제주보다 많은 표를 얻은 ‘묘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부산 “환영한다”, 서울 제주 “이해할 수 없다”=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선정된 부산은 세계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들떠 있는 분위기.

부산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김희로(金희魯) 공동위원장은 “APEC 정상회의의 부산 유치로 동남경제권의 공동 발전을 통한 국가 이익의 극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거돈(吳巨敦)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세계적인 수준의 회의시설과 교통 숙박 등 간접시설을 확충해 부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제주는 이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유치 범도민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선정기준에 따른 평가점수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APEC 각료회의 등 관련 행사의 제주 개최를 모두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또 “평가점수가 아닌 투표로 개최지를 결정한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대규모 도민집회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강승규(姜升圭) 홍보기획관은 “APEC 회의는 국가를 알리는 기회인데 한국의 대표도시인 서울이 떨어져 아쉽다”며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들이 지역균형발전에 무게를 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APEC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APEC 정상회의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관광수지 개선 △주변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외 이미지 향상에 따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등 1억5000만∼2억5000만달러에 이른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회의 참석자 수만 최소 5000∼6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01년 중국 회의에는 9500명, 지난해 태국에는 5400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개최도시로 선정된 부산측은 “생산유발효과가 2369억원, 경제적 파급효과는 28조6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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