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후보 부인 ‘낙선일기’ 인터넷서 화제

  • 입력 2004년 4월 22일 14시 36분


이철후보 부인 전명옥씨
이철후보 부인 전명옥씨
“그동안 라면 먹어가며 서로에게 격려해주고 힘을 주던 자원봉사자 한분 한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남편을 찾았다. 그냥 손을 잡았다. 남편의 손에서 무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고생했어!’라는 말. 난 웃음을 보이려고 애썼다.”

지난 총선 열린우리당 이철 후보의 부인 전명옥씨가 지난 19일 홈페이지(www.leechul.net)에 올린 ‘이철 후보 부인의 낙선일기’라는 글이 사이버상에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철 후보가 격돌해 ‘사형수 대 공안검사의 대결’로 17대 총선 최대 관심을 모았던 부산 북강서갑 선거구.

결국 두 사람의 맞대결은 사형수의 패배로 끝났다. 개표 결과 이 후보는 3만5280표(43.4%)를 얻어 4만1547표 (51.2%)를 얻은 정 후보에게 6000여 표 차이로 쓴 잔을 들어야 했던 것.

이철 후보의 부인 전명옥씨는 선거 패배가 확정된 순간을 회상하며 “사람들앞에선 평소처럼 웃으려 애썼지만 결국 새벽 3시 갑자기 눈물과 콧물이 흘러내려 꾸역꾸역 울고 또 울고 그동안 쌓였던 온갖 설움을 다 토해냈다”고 고백했다.

전씨가 남편 이철 후보를 따라 부산 구포에 처음 발을 내딛은 것은 총선이 있기 한 달 반전.

애니메이션·게임 제작업체 코코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로, 또 지난해 말 경제전문지 미디어에퀴터블이 선정한 50대 여성부호 중 42위를 차지할 만큼 성공한 기업인인 전씨지만 선거판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전씨는 “선거가 시작된 4월 2일부터 난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그곳은 내가 살아온 대한민국도, 부산도, 그동안 무수히 출장을 다녔던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특이한 세상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어 “구포 5일장 건널목과 그린코아 사거리는 가장 견디기 힘들고 두려운 장소가 돼버린지 오래”라며 상대방 자원봉사자로부터 욕설을 듣고 발로 채였고 흑색선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세차 들른 노인정에서도 “남편이 국회의원 하면서 도둑질해서 재산 모았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 전씨는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설명했지만 ‘알았다. 우리도 바보는 아이다’라는 대답을 듣고 나오는 길에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주말을 기해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들고 그들 속에서 남편이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가슴속으로 느끼고 또 느꼈다”며 “이 때는 기쁨과 희망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선거가 끝나고 다시 ‘과묵한 남편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아내로 돌아왔다’는 전명옥씨.

전씨는 “화가 나면 참지말고 그냥 욕도 해라. 아니면 내가 대신 맞아 줄 수도 있는데….”라며 미안해하는 남편 이철씨에게 “날 뭘로 보는 거예요? 내 별명이 철의 여인 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라고 말했다며 글을 맺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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