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崔 묵묵-安 부인’ 첫 증인신문 헛바퀴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9분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4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도술씨(앞)와 안희정씨(뒤)가 소추위원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4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도술씨(앞)와 안희정씨(뒤)가 소추위원 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증인 신문은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증언 거부, 안희정(安熙正)씨와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의 ‘말꼬리 잡기’ 공방 등으로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 사안과 관련된 증인 신문이 시작부터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침에 따라 향후 재판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증인 신문 공방=최 전 비서관은 이날 법정에서 “헌재에서의 증언이 본인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金淇春) 소추위원은 “최 전 비서관에 대한 형사재판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이기 때문에 증언 거부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또 최 전 비서관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한 진술은 강요하지 않겠다며 사안에 따라 선택적으로 답변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 전 비서관은 계속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재판장인 윤영철(尹永哲) 헌재소장은 10분간 휴정을 한 뒤 “포괄적인 증언 거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선별적으로 답변하라”고 최 전 비서관에게 요구했지만 최 전 비서관은 증언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노 대통령 대리인단도 “최 전 비서관의 증인 채택 사유가 검찰의 공소사실 그대로여서 별도의 증언은 필요 없고,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헌법(12조)에 보장된 만큼 증언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포괄적 증언 거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추위원측에 최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강행토록 지시했지만 최 전 비서관이 신문에 전혀 응하지 않자 5분여 만에 증인 신문을 중단했다.

안씨는 증인 신문에서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신문 사항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한 뒤 신문사항을 보면서 소추위원측의 신문 과정에 사사건건 문제점을 제기했다.

안씨는 소추위원측이 장수천 빚 변제 과정에서의 노 대통령의 연관성을 추궁하자 “노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한 1998년 이후에 장수천 경영은 내가 했다”며 대통령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또 소추위원측의 질문이 일정한 의도를 갖고 있다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소추위원측은 “안씨가 검찰에서 이미 진술한 내용도 번복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노 대통령 대리인단은 “장수천 빚 변제 과정의 위장 토지 거래 부분은 오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부분이며 대통령 취임 이전의 문제인데 소추위원측이 무의미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망=최 전 비서관이 증인 신문 자체를 거부하고 안씨도 노 대통령과 자신의 범죄 혐의와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함에 따라 소추위원측이 증인 신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로 예정된 여택수(呂澤壽) 전 대통령제1부속실행정관과 신동인(辛東仁) 롯데쇼핑 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가 최 전 비서관의 증언 거부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를 내릴지, 22일 평의(評議)에서 향후 재판 절차에 대해 어떤 방향을 설정할지도 주목된다.

최 전 비서관의 증언 거부와 관련해 헌재가 제재를 논의할 경우 형사소송법 규정이 우선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161조는 형사재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할 경우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고, 대상자는 이에 항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과태료 부과로는 제재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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