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 ‘쪽집게 예측’ 김헌태소장의 정국 분석

  • 입력 2004년 4월 20일 16시 47분


김헌태 KSOI 소장 [연합]
김헌태 KSOI 소장 [연합]
“열린우리당 150~155석, 한나라당 120석 안팎, 민주노동당 11석(2석, 9석), 민주당 8석 안팎, 자민련은 4석을 얻을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은 2등도 힘들다. 서울 종로에선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열린우리당 김홍신 의원을 앞지른다.”

‘부채도사’의 쪽집게 예언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가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의 4.15총선 하루 전 예측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과 정치권의 관심이 김 소장에게 쏠리고 있다. 선거당일 30억~35억을 들인 방송사 출구조사가 줄줄이 망신을 당한터라 김 소장의 정확한 분석이 새삼스레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김 소장은 19일 미디어 다음(news.media.daum.net)과 가진 인터뷰에서 “총선결과를 정확하게 맞춘 건 신기(神氣)가 들려서 그런 게 아니다. 정확한 표본추출에 따른 여론조사의 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정치권에는 ‘제갈공명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국민은 몰라도 나는 모든 판을 다 읽고 있다고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바로 그들”이라며 “반면 나는 ‘제갈공명 1000명을 두느니 1000명짜리 여론 조사 한번 더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의 힘을 믿었으면 야권이 탄핵안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현재 지지층 지키기 어려울 것”▽

이러한 ‘쪽집게’ 김 소장이 본 앞으로의 정치권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열린우리당은 내리막길뿐”이라면서 “한나라당도 현재에 안주하면 다음 대선서 또 패배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사이에 끼인 형국이었다“며 “수도권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35대 35로 나오지 않았나. 그만큼 열린우리당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탄핵반대 정서를 업고 과반을 차지했지만 당을 단합시킬 리더십이 없어 ‘얼치기 개혁당’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이라크 파병처럼 특정 사안에서 경우에 따라 한나라당 쪽으로, 민주노동당 쪽으로 오락가락한다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은 커진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현재 지지층에 만족해 영남고립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또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이유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지역주의와 거여견제론에 기대어 표를 얻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정통파와, 박근혜 대표 및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간의 노선 대립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대립을 극복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할 새로운 정체성을 빨리 찾아내야 할것”이라고 충고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이미지 정치로 원내로 진입했지만 소수정당의 한계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이미지 정치에서 벗어나 현실정치에 접근해야 하는 검증단계가 남아있다. 즉, 소수 정파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실정치를 바꿀 수 있는 모습과 역량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헌재 탄핵 가결도 부결도 한나라 타격”▽

그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소장은 “법적으로는 어렵지만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이 탄핵안을 철회할 의사가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게 민심을 얻는 길”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도 가결되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에서 탄핵이 가결돼도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64%”라면서 “대선을 새로 치른다 해도 현재 한나라당이 이길 가능성이 적다. 반면 헌재가 탄핵안을 부결시키면 탄핵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의 정당성이 훼손된다”며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것보다 ‘정치적 해결’ 쪽에 무게를 뒀다.

▽“나는 좌우 양날개론자”▽

김 소장의 정치적 입장은 어떨까.

그는 자신을 ‘좌우 양날개론자’라고 밝혔다. 때로는 (우파의 가치인) 성장, 때론 좌파의 가치인 사회구성원간의 통합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 그는 “이번 총선까지는 성장과 권위주의 시대의 폐단을 없애는 패러다임이었지만, 향후에는 개혁과 진보, 성장과 보수 간의 대논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그동안 R&R, 한국리서치, TNS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를 거쳤으며, 지난해 3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설립해 현재 소장을 맡고 있다. 5공시절 청와대 사정수석과 법제처장을 역임한 부친 김종건씨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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