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어떻게 바뀔까/우리당]개혁-親盧-당권파 세력형성

  • 입력 2004년 4월 18일 18시 56분


열린우리당 내에서 5월말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도부 개편을 둘러싼 관측이 무성하다.

일단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원내 과반수 확보에 결정적 공헌을 한 만큼 당분간 의장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단 17대 원내 진출을 스스로 포기함에 따라 개원 이후에는 당 장악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만큼, 2007년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자진 사퇴→행정부 입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이 원외에 머무는 만큼 비중이 더 커질 새 원내대표를 놓고 4, 5명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의 연임 가능성이다. 김 대표에 대해서는 탄핵 및 총선 정국을 거치며 나름의 선이 굵은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이 많다. 한 측근도 “김 대표가 굵직한 원내 이슈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원내대표직에 대한 매력을 더욱 진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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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천정배(千正培) 의원 추대설도 나오고 있다. 신당 운동의 핵심이었으나 창당 이후 비중 있는 당직을 맡은 일이 없는데 대한 배려와 각 계파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개혁당 출신인 유시민(柳時敏) 의원과 4선고지를 밟은 장영달(張永達) 임채정(林采正)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 정책정당화를 이끌 정책위의장에는 현 정세균(丁世均) 의장의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 민주당 시절부터 여권 내 ‘정책통’으로 자타가 인정해 온데다 정치 입문 전 기업체에서 실물경제를 익힌 감각이 강점이다. 당 민생·경제특별본부장인 정덕구(鄭德龜) 당선자도 거론되고 있지만, 외교·안보·국회운영분야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런 당 지도부 개편 문제는 당내 경선으로 결정되는 만큼 결국에는 당 내 계파간의 이해관계와 합종연횡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정 의장을 축으로 하는 신진개혁그룹(당권파)에는 정세균 정동채(鄭東采) 의원과 김한길 김명자(金明子) 민병두(閔丙두) 박영선(朴映宣) 당선자 등이 있다. 이들은 정 의장과 절친한 중도파와 정 의장 취임 이후 영입된 전문가 그룹들로서 당 내 중도 보수 성향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 김근태 대표측의 정통개혁그룹은 이해찬(李海瓚) 이호웅(李浩雄) 임종석(任鍾晳) 의원과 386운동권의 이인영(李仁榮) 우상호(禹相虎) 당선자 등이 있다. 이들은 탄핵 및 총선 정국에서 정 의장의 ‘민생론’에 맞서 ‘민주 수호론’을 주장하는 등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이들 사이에서 염동연(廉東淵) 이광재(李光宰) 당선자 등 노무현 대통령 직계 그룹은 노심(盧心)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정청래(鄭淸來) 당선자 등은 당 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목소리로 정 의장측과 미묘한 대립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김원기(金元基) 의원과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김혁규(金爀珪) 당선자는 노 대통령과의 ‘수평적’ 관계에 터 잡아 이들 당내 그룹간의 갈등을 통합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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