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현장 사건 사고]치매노인 몰래 원장이 부재자투표

  • 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15일 일부 투표소 주변에선 후보 및 유권자들과 투표종사원들간에 선거법 위반 여부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투표소에서는 30대 중반의 A씨가 선거인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며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주권을 행사할 수 없느냐”고 투표소 종사원들에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A씨는 투표소 관계자에게서 “간통죄로 집행유예 기간이어서 선거권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얼굴을 감싼 채 황급히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인 3월 27일 이후 전입한 사람이거나 실형 판결로 선거권이 박탈당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

단일 선거구였던 제주시가 이번 총선부터 제주-북제주을로 바뀐 것에 반발해 총선 투표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제주시 삼양동 지역 주민들은 이날 투표소 부근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 지역 주민 10여명은 투표소가 마련된 삼양초등학교 정문과 후문에 서서 누가 투표하는지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어 유권자들이 선뜻 투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 선관위는 이들 주민에게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투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인천 중-동-옹진에 출마한 한 후보는 오전 투표소의 선거사무원을 격려하겠다며 투표가 진행 중인 중구 용유동 제1투표소에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선관위 직원들과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현행 선거법상 후보자가 투표소를 방문할 수 없게 돼 있다.

경남 김해갑의 활천동 제2투표소가 이 지역 열린우리당 김맹곤 후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마련돼 물의.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정권 후보는 “상대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건물에 투표소를 마련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투표가 진행 중이라 투표소를 옮기기는 어렵다”고 사과하고 열린우리당측의 협조를 얻어 후보 현수막을 철거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부산 남구 용호4동 한독유치원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 투표관리원이 한 유권자에게 후보자 투표용지 1장과 정당 투표용지 2장을 배부하는 실수를 저질러 한동안 투표가 중단됐다. 이를 발견한 참관인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선관위측은 즉각 투표를 중단시키고 2장 중 1장을 사표처리한 뒤 투표를 재개했다.

전북에서는 치매 노인 앞으로 배달된 부재자 투표를 보호소원장이 임의 투표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전주북부경찰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치매노인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노인 3명 명의로 된 부재자 투표용지에 멋대로 기표한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로 전주시 대성동에 거주하는 김모씨(55)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물어 해당 후보에 기표만 한 뒤 발송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사무소에 설치된 삼전동 제1투표구 투표소에서 이 투표구 선거관리위원장 정명환씨(58)가 유권자 이모씨(94·여)의 투표를 대신해주다 정당참관인이 “잘못 기표됐다”고 이의를 제기해 소동이 일어났다.

이씨가 “눈이 어두워 잘 안 보인다”고 선관위측에 기표 도움을 요청했으며, 선관위 직원과 각 정당 참관인의 동의 아래 선관위원장이 대신 기표했다. 그러나 투표 직후 민주당 참관인이 “이씨는 ‘후보와 정당투표 모두 2번에 기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선관위원장이 정당은 2번, 후보는 1번에 기표했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바람에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1인2표제에 대해 잘 몰랐다”며 “선관위 사람이 몇 번을 찍겠느냐고 질문해 기호 2번이라고 말했는데 또 한번 물어 1번이라고 대답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측은 ‘투표 유효’를 선언했으나 민주당측은 정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총선취재팀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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