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1배 마친 秋위원장 "광주여, 다시 도와주소서"

  • 입력 2004년 4월 5일 23시 54분


“광주의 영령들이여, 가장 힘이 부족한 제가 흔들리는 많은 분들의 의지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은 5일 사흘간에 걸친 3보1배(三步一拜) 행진의 목적지인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묘지에 도착해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2, 3m 앞에 있는 사람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목소리였고 핏기 없이 퉁퉁 부은 얼굴엔 눈물이 계속 흘렀다.

추 위원장은 광주도청에서 국립5·18묘지(13km) 사이 인도가 없는 약 2km 구간에서만 휠체어를 타고 나머지 11km에서 3보1배를 했고 약 6000배를 올렸다. 그는 “1배 1배, 걸음걸음마다 내 마음을 낮추고 비우고자 할 때 한 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갈등하는 약한 인간으로서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침이 뱉어져 있고, 담배꽁초가 널려져 있는 길바닥에 머리를 조아릴 때 (내가) 가장 낮은 사람이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의 사사로운 욕심 때문에 민주의 혼이 담긴 민주당이 망가지고 깨지고, 금이 갔다”고 반성하고, “민주당이 부활하여 정의로운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추 위원장이 국립5·18묘지 입구∼5·18민주항쟁추모탑의 마지막 700m 구간을 1시간20분간 3보1배로 어렵게 걸어가자, 1000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은 “추미애 파이팅”하며 격려하거나 “이젠 그만 하세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추 위원장은 분향 뒤 전남대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광주=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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