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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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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심리학자들은 우선 50%에 이르는 무당파층이 바람의 진원지이며 바람이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정치선진국에서는 한국처럼 하나의 이슈에 의해 단기간에 30∼50%씩 지지율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4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지지율은 ‘지옥’(14%)과 ‘천당’(60%)을 오갈 정도로 요동쳤다. 또 지난해 12월 27일 본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도의 경우 한나라당 18%, 열린우리당 16%, 민주당 13%였다. 세 당의 지지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55%대까지 급상승했다.
김정탁(金正鐸·신문방송학) 성균관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설명한다.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한 양론 중 한쪽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인식되면, 다수의 편에 선 사람은 계속 그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지만 소수측은 ‘침묵’을 하게 돼 그 양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탄핵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더욱 큰 목소리를 냄으로써 여론의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반면 탄핵 찬성의 소수측은 침묵함으로써 여론 주도에 소수가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의 노규형(盧圭亨) 대표는 “한국민은 ‘약자에 대한 동정심리’ ‘강자에 대한 저항심리’가 강하다”며 “탄핵 역풍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를 통한 증폭 효과를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나은영(羅恩暎·사회심리학) 서강대 교수는 “TV 등 미디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모든 사람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특정 이슈에 금세 몰렸다가 곧 잊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바람이 몰아치는 선거판일수록 유권자들의 ‘이성에 의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훈구(李勳求·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그 새로운 변화가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변화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고 표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광주=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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