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9/후보감별법]“동네공약만 줄줄 나중에 보면 空約”

  • 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강이 없어도 후보의 입만 있으면 다리를 놓을 수 있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공약을 해놓고 보는 후보들의 행태를 빗댄 정치권의 우스갯소리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대구 수성갑·사진) 의원은 5일 인터뷰에서 그런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가짜’를 어떻게 가려내야 할지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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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경제기획원장관 겸 부총리와 포철(현 포스코) 회장,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정책통으로 이번 총선에는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가정책을 입안하고 법률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라며 “지엽적 공약이나 정책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을 뽑는다면 그 공약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선거구제로 국회의원을 뽑다 보니 구청장이 할 일보다 더 작은 지역사업 공약에 매달리는 후보도 적지 않다”며 “나도 4년 전 후보자로 뛰어 보니 어느새 ‘동네 공약’에 매달리게 되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특히 “지역구 도로 확장이나 그린벨트 해제 등에 주민들이 워낙 관심을 보이니까 후보들도 자연스레 거기에 집착하게 된다”며 “유권자들도 ‘우리 지역에 뭘 해줬느냐’를 절대시하면 안 되는데 지방으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한 중진의원도 익명을 전제로 “처음 출마했던 15대 총선 때는 ‘누구누구는 이런 공약을 했는데 당신은 뭐 하느냐’고 따지면 몸이 달고 경쟁심리가 붙어 지키지 못할 약속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통령의 힘을 이용해서 무엇이든 해줄 듯이 얘기하는 여당 후보나, 예산은 따져보지도 않고 청산유수처럼 ‘희망사항’을 늘어놓는 야당 후보는 모두 ‘뻥’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미국 대통령과 담판해 미군 재배치를 막겠다’는 식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지역구에 이사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이 숙원사업을 줄줄 외며 해결을 장담하거나 △한꺼번에 많은 약속을 내세워 공약이 상호 배치되는 경우라면 일단 금배지에 눈이 어두워 ‘공약(空約)’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는 것이 정책통 의원들의 충고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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