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첫 評議]尹헌재소장, 회의내용 이례적 공개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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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첫 기일에 쌍방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18일 낮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지하 1층.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첫 평의(評議) 오전 일정을 마치고 구내식당으로 향하던 윤영철(尹永哲) 헌재 소장은 취재진에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 소환 방침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

평의가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해 재판 절차와 진행과정을 완전 비공개로 처리하는 회의임을 감안하면 윤 소장이 평의가 끝나기 전에 그 일부 내용을 언급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평의는 청사 3층 재판관 회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렸다. 회의실 앞에는 50여명 취재진의 눈과 귀, 수십대의 카메라가 재판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느 사건보다도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이번 사건의 무게감은 재판관들의 표정은 물론 헌재 곳곳에 배어 있었다. 평의 시작 5분 전 전효숙(全孝淑) 재판관이 서류봉투를 가슴에 안은 채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실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동시에 이 사건의 주심인 주선회(周善會) 재판관이 다소 굳은 얼굴로 들어섰고, 다른 재판관들도 차례로 회의실로 입장했다. 오전 10시경 윤 소장이 마지막으로 들어서자 회의실 문은 굳게 닫혔다. 헌재는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감안해 이날 오후 4시 평의가 끝날 때까지 3층 회의실 주변을 완전 봉쇄했다.

재판관들은 평의가 끝난 뒤 자신의 집무실에 머물다 오후 6시경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퇴근했다. 일부 재판관들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아끼며 청사를 떠나기도 했다.

반면 주심인 주 재판관은 청사 1층 로비에서 10여분 동안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첫 변론 기일을 30일로 정하게 된 경위와 집중 심리 여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 소환과 관련해 “관련법상 기일을 정하면 당사자를 소환하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도록 돼 있다”며 “(노 대통령 소환과 관련해)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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