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10분의 1’ 맞추기 수사였나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46분


총선을 50일가량 남기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과연 공정하게 진행돼 왔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발언 내용과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수사결과를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사내용의 공표 시기를 조절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형국이다.

검찰은 대선 당시 4대 기업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준 불법 자금이 ‘722억원 대 0원’이라고 하더니 두 당이 각 지구당과 시도지부에 지원한 불법 자금은 ‘410억원 대 42억50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대통령이 정계 은퇴를 걸고 언급한 ‘10분의 1’에 근접한 수치다.

4대 기업이 한나라당에만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놓고 검찰은 기업측이 권력을 잡은 쪽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돈이 나간 출구(出口) 조사결과가 10분의 1이라면 돈이 들어온 입구(入口) 조사결과도 결국 10분의 1에 가까울 것이 아닌가.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복당비’ 2억원을 받은 혐의를 검찰이 확인해 준 타이밍도 석연치 않다. 박 의원은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서 ‘유세활동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검찰 또한 “박 의원에 대한 소환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혐의 사실을 확인해 줬으니 ‘박근혜 흠집내기’라는 야당의 반발을 부를 만하다. 박 의원이 최병렬 대표 이후 한나라당의 유력한 새 얼굴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 아닌가.

이렇듯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심을 받는 수사행태가 계속된다면 ‘송광수 검찰’은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