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대표 “黨수습案 수용안되면 사임”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3분


민주당 내분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24일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요구를 일축하며 ‘조건부 당 대표직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선거대책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안에 발족하되 소장 개혁파 의원들이 요구한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에 대한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조 대표는 이와 함께 6개항의 당 내분 사태 수습방안을 제시한 뒤 “수습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 대표직을 즉각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6개항은 △조속한 시일 내 선대위 발족 △선대위원장은 당 대표, 5개 권역별 대표, 외부 영입인사 1명 등 7명으로 구성 △선대위는 누구도 배제 않고 거당적으로 운영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는 총선 때까지 유임 △공천기준 원칙의 강화 재조정 △공직후보공천에서 당내 누구도 배제 불가 등으로 돼 있다. 선대위 조기 발족을 제외하고는 사무총장 사퇴, 특정인사 공천 배제 등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거절한 셈이다.

조 대표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내분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적전(敵前) 분열’로 인해 총선을 치르기 전에 자칫 당이 와해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전언이다.

상임중앙위원회는 이에 따라 25일 중앙위원회의와 27일 의원총회를 각각 열어 조기 선대위 구성 방안 등 조 대표의 수습안 및 당 대표 신임 문제에 대한 당론을 수렴키로 했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추 위원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의원이 많지만,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조만간 추 위원을 만나겠다”며 추 위원 설득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추 위원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시댁인 전북 정읍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파 성명을 주도한 설훈(薛勳) 의원은 “조 대표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을 주도했던 의원들은 25일 중앙위원회의에서 ‘공천난맥’ 책임을 들어 강 총장의 사퇴를 거듭 요구할 계획이어서 격돌이 예상된다.

추 위원의 한 측근은 “소신을 굽히지 않겠지만 탈당할 분은 아니다. 그러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같은 상황이 된다면 어찌될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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