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서울근교서 長考…지도부선 2선후퇴 검토

  • 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51분


퇴진 압력에 직면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자택을 나서 서울 근교로 떠났다. 부인 백영자씨만 동행했다. 주변에선 지리산 부근을 권했지만 본인이 자택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 모처로 향했다.

최 대표는 자택을 나서기 전 기자들에게 지친 표정으로 “할 말이 없어”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 측근은 “하루 정도 푹 쉬고 내일(20일) 오후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 진영은 일단 최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수도권 초재선 및 일부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과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다.

물론 최 대표 진영도 현 체제를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는 공감대는 갖고 있는 상태다. 다만 ‘대표 교체’라는 극한 상황만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시켜 최 대표를 ‘2선 후퇴’시키는 절충 카드를 구상 중이다. 홍준표(洪準杓) 전략기획위원장은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시켜 명망 있는 집단 선대위원장 체제로 선거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최 대표가 총선 후 전당대회에서 당권 재도전을 포기하는 방안도 수습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퇴진파 의원들에 의해 새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강재섭(姜在涉)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당 내분 사태 해법과 관련해 다소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강 의원은 “선대위 조기 출범은 ‘진통제’에 불과하며 당원 대표자 대회를 소집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며 “그러나 새 대표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박 의원은 “대표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에서 전당대회 얘기는 빠른 것 아니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또 유력한 차세대 대권 후보군을 이번 총선에 전면 내세워 당내 결집력을 높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본인은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손학규(孫鶴圭) 경기 지사를 비례대표 상위순번에 배치, 선거를 지휘토록 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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