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자금 논란]700억대 추징금 어떻게 되나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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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징금은 누가 내야 하나.’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이 안풍 자금 940억원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거액의 추징금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안풍 사건 1심 재판에서 강 의원에 대해 추징금 731억원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만약 강 의원이 안기부에서 돈을 가져다 썼다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그대로 인정되고,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추징금이 선고되면 한나라당은 그 책임을 강 의원 대신 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강 의원이 안풍 자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15대 총선 비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의원이 법정에서 밝힌 것처럼 YS에게서 직접 자금을 받았고, 강 의원이 그 자금의 성격을 몰랐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YS가 만약 안기부 자금을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면 법원은 추징금 납부 책임을 YS에게 돌릴 가능성이 높다.

YS에게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단순히 YS의 돈 전달 심부름을 한 것이기 때문에 무죄가 된다.

둘째, YS가 대통령 재임 중 통치자금을 받아 강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라면 YS에게는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뇌물 혐의가 입증된다면 추징금은 YS의 몫이 된다.

셋째, 안풍 자금의 출처가 YS의 92년 대선 잔금 또는 당선 축하금일 가능성이다.

이 경우 YS는 정치자금법과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이 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안 된다. 당선 축하금일 경우 대가성 여부에 따라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강 의원 역시 책임이 없다.

한나라당은 안풍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YS와 강 의원 모두 추징금 납부를 포함해 어떤 종류의 형사처벌도 받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요한 변수는 YS가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인정할 것인가 여부다. 또 강 의원의 법정 진술로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YS가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검찰이 92년 대선 당시의 YS측 자금 모금 상황과 그 잔금이 강 의원에게 전달됐는지를 쉽게 밝혀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YS가 어떤 식으로든지 결단을 내리지 않고 현재와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강 의원과 한나라당에 책임을 묻는 1심 재판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YS는 최근 기자와 만나 “더 이상 나에게 안풍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하지 마라. 할말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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