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무슨돈으로 지으려했나

  • 입력 2004년 2월 5일 23시 08분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씨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민씨가 경기 이천시에 병원 건립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나 병원의 건립 계획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천시와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민씨는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1565평 부지에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세우려 했다.

이 부지에는 현재 이모씨(43) 소유의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상가 건물이 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1일 이 건물을 허물고 종합병원으로 사용할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짓겠다며 이천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시는 교통영향평가를 받지 않았고 에너지절약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데다 피난계단 설치와 오수 발생량 계산도 잘못됐다며 같은 달 두 차례 서류 보완을 요청했다.

이씨측이 보완서류를 보내오지 않자 올해 1월 2일 서류 보완을 재차 요청한 시는 12일 건축허가를 최종 반려했다.

시 관계자는 “이씨가 병원을 설립하려고 했던 것으로만 알았다”며 “민씨가 개입돼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이씨를 만난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병원 설립과 관련해 “이씨가 ‘민씨가 병원을 설립하려 했다. 나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01년경 민씨가 이씨의 건물을 병원으로 재건축하자고 해 이씨는 상가 임대계약자들을 모두 내보냈다는 것. 이때 이씨는 임대계약자들에게 약 16억원의 보증금을 반환했고, 민씨는 계약금 명목으로 이씨에게 2억∼2억50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이씨는 계약금 외에 민씨에게서 추가로 받은 돈은 없으며 2년 가까이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약 3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씨가 이 건물과 부지를 민씨에게 팔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씨가 재건축을 해 민씨에게 임대하려 했던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 이씨와 민씨가 어떤 사이인지, 민씨가 무슨 돈으로 병원을 건립하려 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병원 건립이 안 될 경우 이씨는 이 건물을 지상 6층으로 리모델링해 주상복합 용도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