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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6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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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20분 전 먼저 서울고법에 도착한 강 의원은 40여명의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정에 들어섰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법정에서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강 의원은 재판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당시 자금을 김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받았다는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뒤 한숨도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심지어 삶을 포기하고 싶기까지 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모든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인간적 의리를 지키는 것이 국민과 역사에는 커다란 배신행위가 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진실을 밝히느냐,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감옥에 가느냐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강 의원이 그동안 닫혀 있던 ‘입’을 열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가 ‘인간적 의리’를 언급한 대목은 김 전 대통령에게서 자금을 직접 받았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이 입을 열 경우 검찰이 김 전 대통령을 조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 의원은 1심에서 “정치도의상 자금의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이 선고됐으며 2심 재판 과정에서도 출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유죄가 예상됐었다.
한편 재판부는 문제가 된 자금의 출처가 김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최근 강 의원 변호인의 입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 재판부는 강 의원에게 “인간적 의리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며 “항소이유서에서 재판의 부당성을 지적했는데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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