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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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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행정부, 北 약속 믿지 않아 ▼
부시 대통령에게 있어 ‘협상’이란 유엔과 북한 주변국들에 자신의 대북 강경책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돼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도전하자 미국은 한국에 압력을 넣어 기존 정책기조에서 후퇴하게 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에 대한 억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대북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6자회담 쪽으로 전략 중심을 옮긴 뒤 현재 북핵 문제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무부 부장관 등 강경파의 득세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및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 같은 세력의 견제를 받아 왔다.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부분적으로 후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책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북한의 약속을 전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핵무기 의심시설에 대한 미국의 영구적이고 공개적인 사찰만이 북한의 잠재적 핵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한을 호전적이며 미국을 공격하기로 결심한 테러국가로 본다. 북한의 정책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자기 방어와 보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대북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선 부시 대통령이 언젠가는 불가침조약 또는 평화조약에 서명할 것이라고 믿고 미국의 예방전쟁에 대비한 마지막 방어선을 포기할 의지도 없는 듯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어떤 압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김 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방북한 미국 민간대표단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그들의 방북 의도는 평가할 만하나 부시 대통령은 이들의 방북이 미국의 정책과 관계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의 위협은 비교적 줄어들었다. 북한과 타협에 이르기 위한 진지한 협상을 하려면 그들과 직접 협상할 의지가 있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당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국의 대미(對美) 외교정책 방향이 주목받는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대북정책과 관련한 불화 때문에 미국과의 동맹을 거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한국은 미 행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좀 더 높이고 북한과는 평화적 교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완전한 보장 없이도 무역 확대와 인도적 식량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한국이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불가침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북한에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미국뿐이고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韓美동맹 해치는 일은 없기를 ▼
한국에 있어 더 큰 문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해치지 않고 외교정책 결정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유일한 방법은 한국이 이스라엘처럼 방위책임을 전적으로 맡는 것이다. 또 한국은 미국과 동맹으로 남아 세부 정책 내용에 차이가 있더라도 경제 외교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제임스 팔레 미국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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