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책임은 내가 진다’ 트루먼의 교훈

입력 2003-12-25 18:29수정 2009-10-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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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경남 합천군 해인사로 조계종 종정인 법전 스님을 방문해 북한산국립공원 내의 사패산 터널 공사 재개 문제를 매듭지은 데 대해 여러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차적 반응은 모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꼬인 국정 현안을 챙겼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반면 당연히 추진돼야 할 정부 정책이 집단행동 때문에 왜곡된 것을 뒤늦게 바로잡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설사 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게 기자의 개인적 생각이다.

올 한 해 정부가 추진한 국책사업은 대부분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핵폐기물 처리장 논란으로 전북 부안군 일대는 수개월째 극심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고, 경부고속철도는 터널을 뚫을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 때문에 부산 외곽 금정산 앞에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 공사 문제는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데는 원칙을 지키려는 그의 우직한 행동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이 뻔한 부산 출마를 고집해 당장은 손해를 본 ‘바보 노무현’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거머쥐었던 게 단적인 예다.

그런 노 대통령이 정작 집권 후에는 정치적인 표 계산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안겨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총선 승리란 렌즈를 통해 세상을 내다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책사업 결정과정에서 ‘유권자의 머릿수’를 의식하는 바람에 정책 실기(失機)가 이어져 온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기간 내내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는 팻말에 적힌 경구(警句)는 중요한 교훈을 던져 준다. 30cm 길이의 나무 팻말에 새겨진 ‘The buck stops here’는 ‘더 이상 공무원의 책임(buck) 떠넘기기는 없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 대통령의 자리는 그런 결정이 내려지는 곳이다’는 의미.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당시 미 행정부를 바로잡겠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표현이었다.

17대 총선이 치러질 내년은 올해 진척되지 못한 국책사업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할 해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으면서 노 대통령이 가슴 한구석에 이 경구를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승련 정치부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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