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썬앤문 회장 왜 불렀나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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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오늘로 1년이다. 국정운영이 반석 위에 올라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당선 1년 축하 행사를 가졌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당장 대통령 측근들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 비리의혹으로 줄줄이 검찰조사를 받거나 구속되면서 ‘도대체 티 없는 측근이 누구냐’는 냉소적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엔 노 대통령이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과 청와대에서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문 회장이 누구인가. 이광재 안희정 여택수씨 등 대통령의 386 측근들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건네주거나 감세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 아닌가. 검찰은 노 대통령의 문 회장 초대가 대선자금을 지원해 준 데 대한 답례 차원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문 회장은 단순한 고교 선후배가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식사 초대의 전말을 숨김없이 밝히고 검찰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문 회장과) 잘 아는 사이지만 큰 도움을 받은 편은 아니다”고 해서야 의혹이 풀릴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실련 등 10개 시민사회단체가 평가한 취임 10개월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집권당은 쪼개진 채 여야간 반목이 계속되고 있고, 각종 경제 지표는 갈수록 추락해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북 부안군 원전 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 화물연대 운송 거부, 이라크 파병 등으로 분출된 사회갈등은 노 정부의 국정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은 걸핏하면 ‘대통령직 못 해 먹겠다’거나 재신임, 정계은퇴 발언 등으로 국정의 불안정성을 확대시켰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내 탓’이 아니라 야당 언론 등 ‘네 탓’이었다. 이런 지경이니 세간에선 당선 후 1년이 임기 말 1년같이 느껴진다는 혹평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한민국이 바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밀실 결정에서 시스템 결정으로, 중앙집권에서 자율과 분권으로, 결단의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인치에서 법치로 국가운영 방식이 탈바꿈하고 있다’(12월 2일자 청와대브리핑)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노 대통령은 당선 1년의 교훈을 뼈저리게 새겨야 한다. 우선은 측근비리, 불법 대선자금 등 자신을 얽매고 있는 잘못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통합을 저해하는 코드의식과 과도한 승부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재신임 정계은퇴 등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4년2개월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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