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조국 방황한 난 오디세이”…송두율씨 2차공판 ‘철학강연장’ 방불

입력 2003-12-16 22:26수정 2009-09-28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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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에서 브레히트를 거쳐 장자(莊子)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사진)씨가 법정에서 동서양의 고전을 인용하며 철학 강의를 연상케 하는 진술을 했다.

송씨는 16일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李大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재판에서 30여년 만에 귀국해 법정에 선 자신의 처지를 오디세이에 비유했다.

송씨는 “(호머의) 오디세이는 자신을 꼬드기는 요정 사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나 조국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에 묶었다”며 “나 역시 독일에서의 성과에 자족하지 않고 오디세이의 심정으로 분단된 조국에 대한 관심 속에서 37년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태우는 자는 사람을 태울 수 있다’는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을 처벌하려는 검찰을 비난했다. 그는 “진리와 허위를 가리는 학문의 코드를 적법과 불법을 기준으로 하는 법의 코드에 맞추려는 것은 중세식 ‘마녀사냥’이자 히틀러식 ‘분서갱유’”라며 “나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나의 사상과 책을 태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송씨는 북한에 들어간 경위를 설명하면서 장자의 ‘추수(秋水)편’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장자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며 ‘물고기가 자유롭게 노니는데 저게 물고기의 즐거움’이라고 하자, 혜자가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자유로움을 아는가’라고 반문했고, 이에 장자는 ‘그대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했다”며 “남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또 송씨는 ‘경계인’을 기회주의자로 간주하는 시각을 의식한 듯 “한국 사회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백논리가 아직도 남아 있다”며 “뿌리로 연결된 대나무 하나가 죽으면 대나무밭 전체가 죽어버리는데 ‘틈’과 ‘중간’을 고려하는 마음이야말로 21세기 무한한 창의성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유치한 철학이긴 하지만 사투리처럼 생명력을 가졌다”며 “북한을 알기 위해 주체사상을 연구해 왔고, 그동안 주체사상이 가진 폐쇄성을 지적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송씨의 호칭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인이 송씨를 ‘송 교수’라고 부르자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 때도 ‘피고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며 항의했으나, 변호인은 “송 교수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이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생각한다”며 검찰측 주장을 반박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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