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방문조사’ 빠를수록 좋다

동아일보 입력 2003-12-16 18:31수정 2009-10-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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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정치권이 수사에 협력해 모든 사실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이 말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진실이 담긴 자기고백을 서둘러야 한다. 따라서 의문투성이인 측근의 불법자금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다문 채 전체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원론적 주문에 그친 듯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검찰이 필요하다고 하면 (청와대에) 와서 조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헌법 84조는 ‘현직 대통령 형사상 소추 불가’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는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방문조사’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사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하고 또 형식적인 면피성 조사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대선 낙선자인 이회창씨가 검찰조사를 받은 데 대한 당선자로서의 형평성 있는 대응이고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는 길이다.

노 대통령은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며칠 전 발언에 대해 “폭탄선언이나 승부수가 아니라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대한 강한 쐐기였다”고 해명했으나 신중치 못했던 발언임은 분명하다. 결국 그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천금보다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이 그처럼 가벼워서야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가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불안한 느낌이 든다”(4월)고 했다가 다음 날 “엄살 좀 떨었다”고 하는 등 취임 후 10개월 동안 발언을 번복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말은 누가 들어도 오해나 혼란의 소지가 없도록 완결성을 지녀야 하고, 한 말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반성의 정치’를 강조한 노 대통령의 말도 빈말로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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