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재의 가결]盧측근 의혹 총선정국 최대변수로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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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4일 휠체어를 탄 채 국회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안 재의 표결에 참석했다. 최 대표는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안철민기자
단식 중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4일 휠체어를 탄 채 국회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안 재의 표결에 참석했다. 최 대표는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안철민기자
《4일 국회에서 대통령측근비리 특검법안이 재의결됨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간의 극한 대치 정국은 일단 특검수사 정국으로 급속히 옮겨갈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달 초 시작돼 내년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수사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함께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통령 탄핵 가능선인 재적의원 3분의 2(182명)를 훨씬 웃도는 ‘찬성 209표’의 위력은 특검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야 3당의 탄핵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맞서 노 대통령도 정국 주도권 회복을 위해 신임투표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등 ‘맞불카드’를 구사할 가능성이 큰 데다 야 3당도 전술적 필요에 따라 ‘공조와 견제’를 병행할 것으로 보여 총선 전 정국은 ‘시계(視界) 제로’의 혼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안의 대상에 오른 인물들은 한때 노무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형무형의 도움을 주었던 ‘측근 중의 측근’들인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예상 못할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관련 의혹=최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고교선배인 이영로(李永魯)씨와 함께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김성철(金性哲)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및 부산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등에게서 300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 등은 최 전 비서관과 이씨에게 관급공사를 따도록 도와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거액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최 전 비서관이 SK 등 다른 기업체에서 돈을 받은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을 SK그룹 손길승(孫吉丞) 회장에게서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최 전 비서관이 노 대통령 당선 이후 썬앤문그룹과 모 종교단체 등에서 900억원을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 전 비서관이 이씨를 통해 이 900억원을 관리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

이 의원은 “최 전 비서관과 이씨가 돈을 받는 과정에 손 회장의 고교동창인 최모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며 “최씨가 이씨를 손 회장에게 소개해 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특검은 △김성철 회장과 부산지역 건설업체 △SK, 썬앤문그룹 등 다른 기업체와 모 종교단체 등에서 최 전 비서관과 이씨가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할 전망이다.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관련 의혹=이 전 실장 등 노 대통령측에서 썬앤문그룹이 거액의 불법 대출을 받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다. 썬앤문그룹은 2002년 12월∼2003년 3월 농협중앙회 원효로지점에서 115억3200만원을 불법 대출받았다.

또 지난해 대선 당시 썬앤문그룹측이 이 전 실장 등 노 대통령 후보측에 95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한나라당은 “썬앤문그룹 전 부회장 김성래씨(여·구속)가 검찰 수사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녹음해 녹취록을 만들었는데 이 녹취록에 썬앤문그룹의 노 후보측에 대한 95억원 제공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지난달 예산결산특위에서 “썬앤문그룹이 서울 강남의 모 호텔 자리에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한 인허가를 받기 위해 노 대통령 측근을 상대로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관련 의혹=양 전 실장은 올해 4월과 6월 충북 청주를 방문해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에게서 4억9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이씨가 지난해 대선 당시 노 대통령 후보측에 5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역시 특검 수사 대상.

한나라당은 “대선 직전인 2002년 10∼11월 네 차례에 걸쳐 이씨의 부인 계좌 등 이씨 관련 계좌에서 50억원이 현금으로 인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계좌를 추적 중이나 의혹을 입증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자신의 살인교사 혐의 등에 대한 수사 무마를 위해 양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특검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 수사관만 48명 '매머드급'▼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특검 수사팀의 규모는 최대 75명이 될 전망이다.

이번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최도술 이광재 양길승씨 관련 비리 의혹 사건 3가지로 구분돼 있으며 특검(1명)은 사건당 1명씩의 특검보를 임명해야 한다.

또 특검은 사건당 16명 이하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어 특검팀에서 활동할 특별수사관은 최대 48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 밖에 특검은 검찰청 경찰청 등에서 검사 3명과 이들을 제외한 공무원을 20명까지 파견받을 수 있다.

한편 대북 송금의혹 사건과 이용호 게이트 특검팀의 규모는 각각 50여명과 30여명으로 노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 특검팀에 비해 작았다.

예전의 특검팀에서 활동한 특별수사관은 16∼20명에 불과했던 데 비해 이번 특검은 별개의 사건 3가지를 수사하면서 사건당 최대 16명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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