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방형남칼럼]6자회담 정례화하라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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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까지 북한 핵문제에 매달릴 것인가. 문제가 불거진 작년 10월부터 따지면 벌써 13개월을 허송세월했다. 다음 달 중순 2차회담이 열릴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와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하지만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첫 6자회담은 이미 기억이 가물가물한 옛날 얘기가 됐다.

▼북핵 기회비용 아깝다 ▼

북핵은 내년이 됐든 후년이 됐든 형편 닿는 대로 해결하면 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능력을 총동원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무거운 도전이다. 별다른 진전은 없지만 지금도 대미 대일 대중 대러 외교는 물론 남북관계의 대부분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동원되고 있다. 산적한 국가적 과제를 떠올리면 보통 낭비가 아니다. 북핵 문제 때문에 날아가는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아깝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음 회담을 언제 개최하느냐는 초보적인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걸핏하면 로드맵을 들고 나와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도 당장에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기세를 올리는 평소 태도와는 딴판이다. 북핵 문제 해결 로드맵은 왜 없는가. 로드맵은 문자 그대로 이정표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지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중요하다. 목표가 평화적 해결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언제까지 북핵과 씨름하자는 것인가. 10년도 좋고 20년도 좋다는 것인가. ‘빨리빨리’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리 국민의 대표적 성정인데 정부는 왜 이리 느긋한지 모르겠다.

마침 중국이 6자회담 정례화를 거론했다고 한다. 의제 다툼이라면 모르지만 회담 일정을 놓고 밀고 당기는 싸움은 지금까지 한 것으로 충분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회담 정례화 전략을 만들기 바란다. 북한을 회담장으로 불러내야 해결 방안을 만들 것 아닌가. 회담장에서 격돌하는 게 귀중한 시간과 정력을 차기 회담 일정 택일을 위해 소진하는 것보다 낫다.

북핵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이미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차회담 뒤 북한은 “6자회담은 백해무익하다”고 심통을 부렸다. 그런 북한이 회담 재개 의사를 밝히기까지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중국이 힘들게 참가국 사이를 오가는 ‘셔틀외교’를 하고 한미일도 여러 차례 의견 조율을 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냉정하게 말하면 북한을 다시 회담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달래기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북한의 핵 포기가 아니라 대북 안전보장이 목표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생겼다. 마치 우리가 국제적 합의를 어기고 핵개발에 나선 북한에 안전보장을 해줘야 하는 빚을 지고 있는 형국으로 일이 돌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며칠 전 외교통상부 고위 관리가 “대북 안전보장이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혼선을 바로잡으려 했겠는가.

한미간에 커지는 불신도 문제다. 북핵 과제를 짊어진 정부가 선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자꾸 꼬이는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심상치 않다. 드세진 반미기류는 정부간 합의사항인 주한 미대사관 신축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회담이 늦어지다 보니 경수로 중단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먹고 살 궁리는 언제 하나 ▼

무엇보다 북핵 문제 때문에 흔들리는 국가 살림이 걱정이다. 정부는 우리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국내총생산(GDP) 통계로는 세계 11위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가 딴전을 피우면 GDP 순위는 요동친다. 세계 10위인 브라질의 GDP는 1조3400억달러로 9310억달러인 우리와는 4000억달러 이상 차이가 난다. 전 국민이 똘똘 뭉쳐 매달린다 해도 한 단계 상승은 당분간 꿈도 꾸지 못할 머나먼 목표다. 하지만 바로 밑에 있는 국가들은 사정이 다르다. 12위 캐나다는 불과 80억달러, 13위 멕시코는 300억달러가 적을 뿐이다. 경제성장률 1%가 움직일 때마다 GDP 93억달러가 오르내리니 11위에서 12, 13위로 굴러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북핵 장기전은 그런 위기를 우리에게 강요한다.

지금부터라도 북핵 문제를 빨리 털고 나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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