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간담회]‘대통령권한’ 강조…특검 거부감 표시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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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거부권 행사를 할지 말지를 놓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으나 발언 곳곳에서 특검법에 대한 거부감이 묻어났다.

노 대통령은 이날 거부권 행사에 관한 위헌 시비를 반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선(先) 검찰 수사, 후(後) 특검 수사’ 입장도 거듭 밝혔다. 이 때문에 앞으로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우선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는 국정에 대한 감시권을 갖고 있고 대통령은 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헌법상의 제도다”고 말해 거부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184표로 특검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이 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재의 요구 때 국회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발언을 종합해보면 노 대통령은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린 뒤 특검법안의 재의결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국회가 곧바로 재의결해 특검법안이 발효될 때에는 법무부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내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의 입법권도 정부의 수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권한쟁의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검찰의 시각에 동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오늘 내 발언을 갖고 추론을 하지는 말아 달라. 일요일에 ‘거부권 강력 시사’ 이렇게 국민에게 전달되면 좀 뜬금없지 않느냐”며 양해를 구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밖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육개장, 낙지볶음, 황태찜에 소주를 반주로 곁들여 점심식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소주를 마시면서 “야, 이거 오랜만에 마신다. 청와대에서는 소주를 안 준다”고 반겼고, 식사 도중 비보도를 조건으로 여러 현안에 관해 기탄없이 얘기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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