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다리는 경찰…"선거사범 잡아 특진하세"

  • 입력 2003년 11월 3일 18시 29분


코멘트
《‘경찰을 조심해라.’ 경찰이 특진을 목표로 선거사범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금품 살포 제보자에겐 제보 액수의 100배까지 포상금을 주기로 방침을 정하자 내년 총선 출마준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선거사범을 적발할 경우 최고 경감까지 1계급 특진을 시키겠다는 유례없는 포상을 내걸었다. 그 동안 경감 특진은 간첩 검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이 6개월 가까이 남아 있음에도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출마 예상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경기 고양시 일산을에 출마 예정인 김우석(金右錫)씨는 “주변에서 경찰의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며 “문제될 게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 부산진을에 나올 황준동(黃俊東)씨가 선거사무실을 개소한 지난달 16일 부산진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사무실에 찾아왔고 일주일 뒤 부산경찰청 정보과 형사가 같은 사무실을 방문했다.

황씨는 “정치자금 등 선거법 위반과 전혀 무관한 상황에서도 경찰이 총선 출마 예상자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토로했다.

경찰의 달라진 분위기는 10·30 재·보궐 선거사범 단속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전국 72개 선거구에서 치러졌던 이번 선거에선 3일 현재 193건이 적발됐다. 29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4월 24일 재·보궐 선거의 단속 건수는 39건. 선거구 수를 감안하더라도 단속 건수가 2배가량으로 급증했다.

특히 전북 남원서 장모 순경이 인터넷을 통해 상대 후보를 비방한 사건을 적발해 지난달 29일 경장으로 전격 특진하면서 경찰 내부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4·24 선거 때는 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 경찰청은 최근 훈령을 개정해 선거사범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한 시민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의 액수를 최고 1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으로 올렸다. 이와 함께 금품살포의 경우 제보한 액수의 100배까지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선거법에 따라 17대 국회의원 선거일(내년 4월 15일) 180일 전인 10월 18일부터 선거일까진 총선 관계자가 금품, 음식물 제공, 선심성 관광 등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부행위가 전면 금지된 상태에서 금품 살포에 대한 포상금 액수를 전면적으로 높이자 예전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과 비교해 돈 선거 움직임이 훨씬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