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방미일정 시작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5시 05분


코멘트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가 27일 오후 1시 반경 미국 인권단체인 디펜스 포럼(회장 수잔 숄티) 초청으로 워싱턴에 도착, 다음달 4일까지 약 1주일 동안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황씨는 이날 뉴욕에서 델타항공편으로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탈북자 등 일행과 함께 한미 양측의 공동경호를 받으며 도착해 정상적인 입국 수속 절차를 밟았다.

황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준비된 승용차편으로 곧 바로 숙소로 이동, 28일부터 시작되는 미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일정 등을 준비했다.

황씨의 워싱턴에서의 활동은 31일 디펜스 포럼이 하원 별관에서 주최하는 공개 포럼에 참석하는 것 이외에는 신변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황씨가 30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할 것이라는 일부 미국 언론의 보도와 관련,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황씨의 신변안전을 고려한 한미 양국 정부간 사전 양해에 따라 청문회 출석은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원들과의 면담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펜스 포럼측은 청문회 참석 여부가 유동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황씨의 미국 방문에 대해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정부기구인 디펜스 포럼이 준비한 사적인 방문(private visit)"이라고 규정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황씨의 워싱턴 방문으로 북핵 6자회담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의 미국 방문이 왜 그리고 어떻게 회담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황씨는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와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의 선임 자문관인 프레드 플라이츠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황씨의 아들(43)이 최근 북한 최북단 아오지 탄광에서 사고로 발에 골절상을 입어 평양에 후송됐다고 산케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는 북한당국이 황씨의 아들을 인질로 삼아 미국을 방문중인 황씨의 입을 막으려는 협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이어 황씨의 아들 소식이 북한으로부터 이미 한국 측에 전해져 방미 이전 황씨에게도 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황씨는 북한에 1남 2녀를 남겨둔 채 97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