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국민투표' 논란]정치권 대대적 司正폭풍 예고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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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을 신호탄으로 향후 정치의 부패구조와 지역주의, 공직비리 타파를 위한 개혁 드라이브가 전개될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이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누차 강조해 온 대로 ‘인위적 사정’이나 ‘정계개편 시도’는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SK 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걸고 재신임 카드를 던진 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심지어 통합신당 일각까지 과거 대선과 총선 당시의 기업 비자금 수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검찰의 사정 수사 회오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먼저 할복에 가까운 심정으로 자신을 던짐으로써 주변 비리에 대한 대대적 척결은 물론 부패 정치구조 전면에 대한 수사와 제도개혁으로 정치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기필코 끊어내야 한다. 많고 적음을 떠나 국민의 의혹이 있으면 과감히 몸을 던져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최근 부쩍 정치개혁의 완수를 대통령직보다도 중시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해 왔다고 한다.

통합신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노 대통령은 단순히 최도술씨 문제에 대한 사과나 사법처리로 자신을 둘러싼 시비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총체적인 ‘정치환경’을 바꾸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 향후 정치권 전체가 고백성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민생과 직결돼 있는 공직사회 전반의 ‘먹이사슬’ 구조에도 대대적인 비리 척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노 대통령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정치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개혁은 물론 국정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희생양이 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허물을 먼저 드러내 기득권 세력의 담합구조를 깨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이를 통해 1차적으로 지난 정권 시절 실세들의 본거지였던 민주당의 도덕적 정당성 추락과 함께 통합신당 등 개혁세력의 통합 움직임이 나타나고, 동시에 한나라당 내부에도 과거 부패구조와의 단절 요구 등이 확산되면서 보수 일변도가 아닌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이 공천 등에서도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결과 과거와 같은 위로부터의 정계개편 없이도 각 정당 내부가 생존을 위한 개혁 경쟁을 벌이면서 정당 상호간이나 청와대와의 관계에서도 ‘적대적 관계’가 아닌 ‘합리적 대화’가 가능해지는 정책 경쟁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희망 사항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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