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1P 급등, 증시 차분…“불확실성 키워” “부양책 쓸것” 전망 갈려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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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주식시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라는 충격적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20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활황장세가 펼쳐졌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1.73포인트 오른 757.89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

미국 등 해외증시의 상승세와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주식매수가 이날 주가 급등의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증시 주변에선 ‘재신임 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라는 경제외적 돌발악재가 던져졌는데도 주가가 20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이 주가 상승 이끌어=외국인들은 이날 무려 313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순매수액 합계는 1조4831억원어치에 이른다. 특히 외국인들은 9일 선물(先物)시장에서 대거 주식을 사들여 향후 한국증시를 낙관하는 쪽으로 ‘베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증시에서는 ‘대형 호재를 예측하고 미리 사재기한 것’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을 앞두고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 ‘외국인들의 음모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해외증시의 흐름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미국 고용시장 회복과 3·4분기 기업실적 호전에 힘입어 9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10일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2.42% 급등한 1,786.04엔으로 마감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미국의 경기가 회복될 경우 그 혜택은 아시아시장이 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주식만 사는 게 아니라 대만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밝혔다.

▽‘재신임 발언’에 대한 증권가 시각=많은 증권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이날 주가 급등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외국인의 폭발적인 순매수와 해외증시 동반상승 등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충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 발언은 장기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취임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재신임을 언급하는 것은 시장에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는 “한미관계나 북핵문제 등을 제외한 정치적인 사건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이번 재신임 발언도 증시에는 별다른 여파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쓸 것이며 이것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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