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은 뒷전이고 총선만 신경 쓰나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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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행정자치부 장관인 김두관씨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명숙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현직 각료 4명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영입 대상자로 거론한 것은 어느 면에서 보나 적절치 않다. 김씨는 신당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라고 했지만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20일도 채 안 된 사람이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안팎으로 나라 형편이 어려운 때에 신당의 핵심간부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해도 곱게 보아줄 국민이 없을 터인데 김씨는 신당에 입당도 안한 상태다.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따로 없지 않은가.

발언 내용은 더 우려스럽다. 김씨 말대로 총선을 위해 현직 장관들을 신당에 입당시킨다면 국정의 안정적 운영은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그의 말 속에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평소의 말과는 달리 국정보다 내년 총선에 더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지역구도를 깨는 정치실험을 하겠다면서 민주당을 탈당하더니 겨우 장관들을 신당에 입당시켜 총선에 내보낼 궁리나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올 만하다.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정치한다면서 뒤로는 자신이 지지하는 당의 의석수 늘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평소 현직 장관들을 선거에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장관 임기가 2년은 돼야 국정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 대통령이 이제 임기가 겨우 8개월로 접어든 장관들을 상대로 총선용 ‘징발’을 생각하고 있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총선용 장관은 당장 그만 두도록 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선거 2개월 전에 사퇴하면 된다지만 총선에 나갈 장관이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고, 총선용 선심정책을 남발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빨리 그만두는 것이 폐해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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