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진영/송두율의 '진짜 얼굴'은…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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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활동 혐의를 받고 있는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59)씨가 3일 오전 서울지검에 출두했다.

송씨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실을 밝히겠다”는 말만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송씨의 귀국 이후 기자가 그를 본 것은 이날이 세 번째다. 지난달 30일 송씨가 부인, 두 아들과 함께 서울 강북구 국립4·19묘지에서 참배할 때 처음 봤다. 송씨의 노동당 입당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이었다.

송씨를 막연하게 ‘반체제 지식인’쯤으로 알고 있던 기자로서는 그의 노동당 입당 사실이 충격적이어서 송씨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그래서 1998년 귀순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가 송씨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밝힌 후 진위 논란이 벌어졌을 때 왜 그런 사실을 숨겼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송씨는 “변호인한테 물어보라”며 언급을 피했다.

2일 강북구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송씨의 기자회견장에서 그를 두 번째 만났다. 이날은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 감사에서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밝힌 다음 날이었다. 변호인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측은 “모든 사실 관계를 포함해 그의 최종적인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기자회견 전 배포한 ‘그간의 활동에 대한 자성적 성찰’이라는 회견문에서도 그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만 언급했을 뿐 이제야 이런 사실을 밝히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송씨의 회견문 낭독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는 “그동안 왜 노동당에 입당했거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사실을 숨겼느냐”고 재차 물었다.

송씨는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신문 보도에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몇 차례 더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송씨는 대답하지 않거나 동문서답으로 피해 갔다.

송씨는 “이 땅의 일원이 되기 위해 37년 만에 분단된 조국의 남쪽 땅을 밟았다”며 “남북 모두를 끌어안는 화해자가 되고 싶은 저의 소망을 국민 여러분께서 받아들여 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이 그의 소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스스로 먼저 해명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볼 때마다 달라지거나 상황에 따라서 말이 바뀌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혼란을 느끼는 것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황진영 사회1부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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