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청와대 “국회의 발목잡기 유감”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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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추가설명을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추가설명을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26일 오전 국회의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고 “안타깝다”고 말했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 도중 이 사실을 전해 듣고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다가 “극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짧게 논평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를 열어 국회의 부결 결정은 ‘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발목잡기”라는 말을 세 번이나 할 정도였다.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회통과를 간곡히 요청했고, 문 실장도 각 정당의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하는 등 ‘신(新)4당체제’에서의 첫 표결을 앞두고 각 정당과 ‘등거리 협력관계’를 바라는 모양새를 갖췄는데도 국회가 뚜렷한 이유 없이 부결시킨 것은 다수의 횡포라는 시각에서다.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율사 출신 의원들이 “학자 출신은 곤란하다”며 반대 의견을 주도한 것이 다수 의원들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지만 문 실장은 다시 지명할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기준 역시 학자 출신의 윤성식(尹聖植) 후보자를 지명했던 때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앞으로 대국회관계를 정상화할 뚜렷한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고민에 빠져있다. 정면 돌파를 시도하더라도 통합신당 말고는 원내에서 도움의 손을 내밀 세력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개혁이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민을 믿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국회도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겠느냐”며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만을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청와대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원내 1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 정상화가 최대 관건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과 ‘무당적 정책연합’ 추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 총선 이후까지는 노 대통령의 신당 입당은 곤란하다는 주장이 급속하게 세를 얻는 분위기다.

다음은 문희상 비서실장의 기자회견 요지.

―후임자 인선의 방향과 시기는 어떻게 잡고 있는지.

“기본적인 것은 변함이 없다. 정부혁신을 위해 감사원의 단속 위주, 처벌 위주의 감사체계를 평가 위주로 바꿔보자고 해서 윤성식 교수가 최적격자라고 판단했다. 그 기준에서 크게 일탈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감사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때에는 각 정당과 사전에 협의할 계획이 있나.

“지금 단계에서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앞으로 대국회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번 표결이 소위 4당체제 출범 이후에 정부와 국회 관계를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할 일이 첩첩산중인데 이렇게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면 어떻게 하나.”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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