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잇단 악재]“盧 옹호발언으로 지지도 되레 떨어져”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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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등록을 계기로 창당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통합신당측이 잇따른 ‘악재(惡材)’에 고전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잇단 신당지지 발언이 오히려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와 당 지도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신당주비위원회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분과위원장단 회의를 열고 11월 1일 창당준비위를 출범시키고 12월 7일 중앙당을 창당키로 하는 창당 일정을 최종 확정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신당 지지 발언과 당적(黨籍) 문제=신당주비위의 고위 관계자는 25일 “고생고생해서 자력(自力)으로 탈당자를 모으고 신당주비위를 띄워놓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꾸 신당 옹호 발언을 하면 우리가 아무리 ‘노무현 신당 아니다’고 주장해도 남들이 믿어주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도 “창당이 안 된 상태에서 노 대통령이 신당에 개입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신당파 일각에서는 “어차피 신당에 대한 평가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 및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평가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만큼 노 대통령이 당당히 신당에 입당해 ‘집권 프리미엄’을 갖고 총선을 치르도록 하자”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다 총선에서 대통령이 자금이나 관권 지원을 해줄 수도 없는 만큼 당분간은 거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17일 광주 전남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남 사람들이 지난 대선에서 내가 예뻐서 찍은 게 아니라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당선 못되게 하려고 찍은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남정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신당파의 고민이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날 당장 논평을 내고 “호남을 버리고 영남을 택하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정통민주세력을 쪼개고 당을 분열시키더니 급기야 자신을 밀어서 당선시킨 호남 사람들까지 폄하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 민주당 김경재(金景宰) 의원은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최근 대구 경북지역 언론인들과의 대화에서 ‘호남 사람들이 호남소외론을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백번 떠들어봤자 단돈 10원도 더 안 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총공세’ 대비책을 찾아라=동교동계의 당직 포기선언과 박상천(朴相千) 대표의 차기 지도부 경선 불출마 선언, 호남 의원들의 ‘백의종군’ 선언이 이어지면서 신당파의 ‘개혁 선명성’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신당파의 한 초선의원은 “특히 신당주비위에 참여한 전국구 의원 7명의 ‘당적 유보’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어 큰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날 잔여 대선자금을 포함한 대선 이후 당의 수입 지출 명세에 대해 ‘정당사상 최초’라며 회계감사 및 공개 방침을 밝히는 등 신당파의 자금출처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신당파를 자극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노무현 대통령 신당관련 발언▼

▽대통령이 통합신당에 대해서 좀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짐작이 그렇게 틀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9월 24일 부산 울산 경남지역 언론사 합동회견)

▽나는 민주당이 갈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개혁되기를 바라는데 개혁을 찬성하는 사람과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보니까 자연스레 갈라지는 것이다.(9월 17일 광주 전남지역 언론사 합동회견)

▽원론적으로 대통령이 정당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권리이자 자유지만, 부작용도 많아서 (신당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9월 7일 기자간담회)

▽신당문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9월 4일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대표 초청 만찬)

▽나는 당에서 공천권도 없고,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 ‘힘없는’ 대통령이 돼 있는데 신당을 이리 하라, 저리 하라 했을 때에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8월 19일 대구 경북지역 언론사 합동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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