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륙 지난12일 저녁 盧대통령 가족 공연관람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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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의 남해안 상륙을 앞두고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던 12일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의원은 22일 행정자치부에 대한 국회 행정자치위 국정감사에서 “태풍 매미가 경남 사천시에 상륙한 12일 오후 6시부터 9시반까지 노 대통령 부부와 아들 및 딸 부부, 대통령비서실장 부부, 경호실장 부부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에서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게 사실이냐”며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시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 아들 건호(建昊)씨 부부, 딸 정연(靜姸)씨 부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부부와 아들, 김세옥(金世鈺) 경호실장 부부 등 11명이 삼청각에서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한 뒤 저녁식사를 함께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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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뮤지컬 관람 일정은 오래전 부속실에서 추석 연휴 일정 중 하나로 미리 잡아놓았던 것이다”며 “태풍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는 등 챙길 것은 챙기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공연장에는 100여명의 관객이 있었으며, 노 대통령 일행은 뮤지컬 관람에 이어 저녁식사를 마친 뒤 오후 9시반경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매미는 오후 6시 제주도 성산포 부근 해상을 통과해 시간당 40km의 속도로 북북동진해 오후 9시경 사천 부근에 상륙했다.

정부는 오전 10시에 고건(高建) 국무총리 주재로 태풍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관계장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이에 따라 중앙재해대책본부는 3단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또한 시군구를 포함한 전국 16개 시도에서는 공무원 1만9184명이 비상근무 중이었다. 한편 삼청각의 한 직원은 “청와대측에서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그때가 태풍이 온 날이어서 구설수에 오를까봐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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