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자율 요일제' 무리한 추진 시민 원성

  • 입력 2003년 8월 29일 11시 11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승용차 자율 요일제’가 무리한 참가유도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율 요일제’는 청계천 복원공사 등에 따른 서울시내 교통혼잡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시민들이 스스로 월~금요일 중 하루를 선택해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는 자율 캠페인.

시는 9월말까지 100만대를 목표로 각 구청에 모두 20억원의 교부금을 시상금으로 걸고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8월28일 현재 130여만대의 참여 신청을 받아내 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했지만, 각 구청이 직원과 동장, 통장 등을 동원해 실적 올리기에 나서면서 각종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자율은 말뿐, 참여를 강요받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공무원들대로 '할당량'을 채우려 밤낮없이 뛰어야 하고, 때로는 억지로 시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며 부끄러워 한다.

일부 시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캠페인 참여자로 등록됐다며 개인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들은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1000여건 이상 글로 올려지고 있으나 서울시 당국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며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네티즌 항의▼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항의하는 시민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영업용화물차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데 승용차 자율 요일제에 참여하란다. 화물이라 못한다니까 참여한 뒤 운행은 해도 된다면서… 실적 때문에 죽겠다고 애원한다. 불쌍해서 신청은 했는데 이게 무슨 자율 요일제인가?” (ID:모르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오늘 오후 주차장 건물 옆에 ‘9월1일부터는 요일제 참가차량만 주차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자율 요일제라고 홍보하면서…” (ID:어이없어)

“자율로 할 사람 1% 내외나 될까요? 행정기관은 실적 올리기 경쟁이나 하고 실망이 크다” (ID : 시민) 등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공무원과 가족들의 반발▼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 관변조직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시 공무원이란 사실이 오늘처럼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박봉이지만 자긍심하나로 열심히 근무해왔는데 인원할당에 건수 채우라고 강요해 자괴감까지 든다” (ID:속상함)

“편법이라도 동원하지 않으면 할당받은 건수를 채울 수 없다. 밤 10시나 되어야 파김치가 돼 퇴근할 수 있는데 시민들에게 죄송하지만 지금의 시장을 뽑아준 분들이 야속하다” (ID:공무원)

“공무원에게 배당 줘 괴롭히다 못해 경찰 모범운전자회 부녀회 등에 1인당 2대씩 의무적으로 신청을 받아오라니… 이게 무슨 짓거린지 모르겠다” (ID:하늘)

“가족이 공무원인 관계로 난데없이 모집원이 됐다. 사무실 동료들에게 가입을 구걸하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시키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불쌍하다” (ID:왕짜증난다)

“오늘 동사무소에서 차량 보유가구 명단을 주더니 가가호호 방문하란다. 시 에선 강제로 시킨 적 없다고 발뺌하면서… 이게 통장이 하는 일인가? 내일 아침 사직서와 함께 다 돌려보내려고 한다” (ID:통장:)

“우리 동네는 등록된 승용차가 73대인데 동장님께서 나(통장)보고 80대를 물어 오란다. 통장들을 사냥개 몰 듯 몰아서 승용차를 물어오라니…” (ID:나도통장)

▼개인정보 유출 의혹▼

더욱 심각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신청되는 것으로 이에 대한 항의 글이 게시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청하려면 이름, 차량번호,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필요해 개인정보 유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동사무소 직원이 동의 없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와서 자동차관리대장 보고 멋대로 접수시켰는데 이거 문서위조에 개인정보 유출 아닌가? 너무 황당하고 불쾌하다.” (ID:~)

“참여 신청하려니깐 이미 신청한 차량이란다. 누가 내차 타고 댕기는 거여… 내 신상정보를 빼내간 건가?” (ID:이런)

“신청하러 갔더니 누군가 이미 내차를 등록했는데 하소연할 때가 없어 황당하다. 동사무소 구청에 전화하니 모두 모른다면서 ‘혹시 구청에 아는 분 있으세요?’하고 되묻는다” (ID:황당하져?)

▼예산 낭비 비난▼

서울시는 이번 사업에 시상금 20억원과 참여자에게 주는 지하철정액권(130만대×5000원) 65억원 등 100억원 가량을 투입,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기타 잡비까지 100억원 사업인가요? 내 돈 아니라고 자율적 사업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도 되는 것인지…” (ID:시 귀신)

"한 공무원이 '신청시 지하철정액권 5000원짜리가 나옵니다. 과태료나 딱지와도 상관이 없으니 신청해 정액권 받은 뒤 그냥 스티커 붙이고 운행해도 제제 없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런게 바로 전시행정이고 세금낭비지요" (ID:어이없음)

▼서울시의 답변▼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 교통계획과 윤성수 사무관은 “시간이 없어서 홈페이지 게시판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면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는데 그중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대책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사무관은 이어 "아무리 직원들에게 할당을 줘도 직원들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면서 "요즘 어느 공무원이 위에서 시킨다고 하나? 그렇지 않다"고 자율 추진을 주장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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