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6자회담]NYT “美, 강경파가 주도권 잡아”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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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6자회담 준비 과정은 혼선과 갈등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내 움직임에 정통한 익명의 전직 고위 관리는 22일 “미국의 베이징 6자회담 준비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엉망진창(chaotic)’이었다”며 베이징 회담 직전까지도 미 행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들은 회담 전략을 놓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였다고 전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브리핑 기회를 잡기 위해 강·온파들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안다”며 “지난주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발사고 등으로 중동상황에 온통 정신이 쏠려 있는 행정부 내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역시 강경파의 승리. 뉴욕타임스는 27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6자회담에 임하기까지 벌어졌던 논쟁에서 강경파가 온건파를 누르고 승리했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히,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포기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양보(concession)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측 회담 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전면적인 핵 개발 포기 및 핵 사찰 재수용에 합의한 후에야 미국이 양보 조건 등을 제시하는 다면적 이행과정안(multiphase process)을 내놓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미국측 대표를 맡아온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 대사가 최근 사임한 것 역시 이 같은 부시 행정부 내 강·온파들간의 갈등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행정부 내 6자회담 준비과정을 ‘엉망진창’이었다고 전한 전직 고위 관리는 강경파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결국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한 이 전직관리는 “미 행정부는 중동상황이 앞으로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으며 무력사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 또한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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