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다음은 누구냐” 의원 8,9명 出禁에 정치권 ‘伏中한파’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31분


현대 비자금 사건 수사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구속된 데 이어 여야 의원 8, 9명이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이 ‘사정 정국이 오는 게 아니냐’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특히 민주당은 권씨가 받았다는 200억원과 별도로 현대측에서 돈을 받은 여당 의원이 더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권노갑 전 고문에게서 2억원 이상 받은 인사’라는 출처 불명의 리스트까지 나도는 등 흉흉한 분위기다. 이 괴문서에는 주류측 의원 10여명의 이름이 실려 있다.

그러나 권씨측은 “검찰이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말만 듣고 무리하게 74세 노인을 구속시켰다. 돈을 받은 게 없는데 무슨 리스트가 있겠느냐”고 리스트의 실재 가능성을 부인했다.

현대측에서 직접 돈을 받은 여당 의원이 더 나왔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비주류측 핵심 의원들에게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자 비주류측 의원들은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구여권의 한 핵심 의원은 “현대에서 돈을 받은 것은 일절 없다. 현대 비자금과 관련해 내 이름의 이니셜이라도 거론할 경우 곧바로 법적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미리 방어벽을 쳤다.

한편 한나라당은 권씨의 200억원 수수 혐의에 초점을 맞춰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지만 ‘여야 의원 8, 9명 출금(出禁)’ 보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은 15일 “비자금 200억원이 민주당의 불법 총선자금으로 사용된 국기문란 범죄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으나 의원 출금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야당 의원도 출금됐다는 언론 보도를 봤지만 당 내부 분위기가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면서도 “우리 당 의원 가운데 출금자로 거론되는 사람이 누구냐”며 수사 내용에 관심을 보였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현재 (출금된 의원이) 누군지 모르고 (한나라당에 출금된 의원이 있다고 해도) 이는 개인의 일”이라며 비자금 사건과 당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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