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긴급체포 파장]민주 “新黨은커녕 黨생존 급선무”

  • 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50분


12일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장에서는 권노갑 전 고문의 긴급체포에 항의하는 동교동계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경제기자
12일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장에서는 권노갑 전 고문의 긴급체포에 항의하는 동교동계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경제기자
“신당이 잘 안될 것 같습니다.”

민주당 내 신당파의 핵심인물 중 한 사람인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12일 의원총회 직전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2000년 총선 당시 현대 비자금 수수 및 민주당 내 유입 의혹사건으로 체포된 사실을 거론하며 동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당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이 총장이 “지역구나 열심히 관리해야겠다”며 침통한 표정을 보이자 옆에 있던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이제 신당이니 구당이니 따질 때가 아니다. 당이 단합해서 총선을 치를 수 있도록 생존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연일 계속되던 신당 관련 조정대화기구 모임은 이날 아예 회의를 열지 못했다. 전날 밤 회의 도중 권씨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참석자들은 “회의는 무슨 회의냐”며 자리를 뜨는 등 사실상 파장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역으로 정치개혁과 신당추진의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이재정·李在禎 의원)”는 자위(自慰) 섞인 기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권씨의 체포로 주류 비주류간 갈등이 더 벌어지게 됐다. 전당대회 합의를 계기로 조성된 모처럼의 타협과 대화 무드를 깨뜨리는 악재(惡材)가 됐다(문석호·文錫鎬 대변인)”고 난감해하고 있다.

비주류는 이번 사건을 주류측의 ‘신당 길터주기 음모’로 의심하고, 주류는 “비주류가 터무니없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며 불쾌해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말이다.

신당파에서도 현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강행할 경우 표 대결이 불가피하게 되고 이는 주류 비주류 모두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당파가 요구 수위를 낮추어 리모델링 수준의 ‘명목상 신당’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신당파의 한 핵심의원은 “당명을 ‘통합민주당’으로 개정하는 전당대회를 치르고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선에서 당을 추스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파인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지금은 주류 비주류의 구분이 필요 없는 긴급 상황”이라며 “양자가 신당 단일안을 만들고, 전당대회는 이를 추인하는 대회로 치름으로써 당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주류의 한 의원도 “이번 사건으로 신당추진이 어렵게 된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새로운 방식의 정치를 선포하는 최소한의 의식은 필요하다”고 주류 비주류의 타협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을 계기로 동교동계가 완전 몰락하는 것은 물론 정치자금을 매개로 지도력을 발휘해온 3김(金)식 정치가 붕괴하는 본질적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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