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긴급체포 파장]“DJ, 현대100억 받지말라 했다”

  • 입력 2003년 8월 12일 17시 59분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 비자금 ‘150억원 +α’ 사건으로 긴급 체포되자 정치권의 눈길이 동교동 쪽으로 향하고 있다.

권씨의 자금 수수 의혹이 만약 사실이고 이 돈이 총선자금으로 유입됐다면 이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과연 몰랐겠느냐 하는 의문 때문이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 당시 민주당 총재로서, 또 ‘선거전문가’로서 총선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 총재→서영훈(徐英勳) 대표→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의 공식 라인이 형성돼 있었지만 사실상 권씨를 정점으로 한 동교동계가 당권을 쥐고 있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12일 “권씨가 전국구 공천 문제에서부터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구 공천 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변인실 운영 등 당무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직접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현대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김 전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추론은 이런 맥락에서다.

한 재선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권씨 자금수수가 사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권씨의 측근인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권 전 고문은 김영완(金榮浣)씨로부터 10억원을 빌렸을 뿐, 현대 비자금 100억원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권씨가 김 전 대통령과 총선자금에 관해 상의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총선 당시 권 전 고문이 김영완씨로부터 ‘현대가 총선자금 100억원을 준비했는데 어떻게 할까요’라는 말을 듣고 김 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자 김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당에 들어온 후원금으로 하든지 안 되면 빌려서 하라’고 말해 김씨의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남궁진(南宮鎭)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은 권씨와 거의 접촉이나 의사 교류가 없었다. 이 의원이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총선 진행과정을 점검하긴 했지만 공천과정이나 총선자금 부분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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