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차관급 격상 가능할까]성사시 회담에 중량감 실려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57분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가하는 6자회담을 앞두고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가운데 회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문제도 주요 의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처럼 국장급이나 차관보급이 참가하던 북핵 회담보다 중량감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차관보급 회담이 현실적”=회담 수석대표의 격이 어느 레벨이 될 것인지는 사실상 미국의 의중에 달려 있다. 외교통상부의 위성락(魏聖洛) 북미국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회담 대표의 격에 대해선) 한국은 미국 등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내 논의의 핵심은 북한 핵문제를 담당해 온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자회담을 계속 맡을지,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한 대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맡을지에 모아진다.

6자회담의 각국 예상 수석대표
시점2003년 9월초(예상)
논의대상북한핵문제 해결
한국?
북한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미국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중국다이빙궈/왕이 외교부 부부장
일본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심의관
러시아알렉산드로 로슈코프 외무차관
6자회담의 대표는 차관급 대표구성을 전제로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전망한 내용임.

두 사람 사이에 존 볼턴 군축 및 국제안보 차관이 있으나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지옥 같은 악몽 속에 살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북한이 발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대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로선 켈리 카드가 유력해 보인다. 대북 강경론을 이끄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neo conservatives)’들은 회담대표의 격상은 북한 지도부를 중시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꺼린다.

94년 이후 핵문제에 관한 북-미 공식회담에 차관보 이상의 고위직이 나선 전례가 없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전문가들은 공화당 정부가 김 국방위원장을 미국의 차관보급이 상대할 파트너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밖에 아미티지 부장관은 북한 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외교현안을 맡고 있어 6자회담을 전담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차관급 회담은 양날의 칼=그럼에도 차관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6자회담의 중량감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협상 결과를 엄수하겠다는 6개국의 입장에도 훨씬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켈리 차관보가 최근 한미일 3자 협의 과정에서 강온파의 갈등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적어온 메모를 그대로 읽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 것도 회담대표 격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효율적 회담을 위해선 대표가 재량권을 갖고 있어야 하고, ‘원격 지시’가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만일 차관급 회담이 열린다면 이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가 동아시아 문화를 섬세하게 이해하는 지역전문가인 켈리 차관보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아미티지 부장관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6자회담 北에 경제지원-안전보장 제시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앞두고 뉴욕 타임스는 6일 경제 지원과 안전보장을 각각 강조하는 2건의 전문가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과 조지 워싱턴대 시거 아시아문제연구소 마이크 모치즈키 소장은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 경제를 구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물론 과거 행정부들도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해체를 가장 중요시했다”면서 “이 목표는 북한의 광범위한 이슈 중에서 특히 실패한 경제를 포용할 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의 경제 규모는 지난 15년 동안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면서 “위기의 핵심 원인이 북한 경제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들은 “북한 경제를 수리하기 시작하는 계획만이 북핵 위기를 해결하고 미래의 위기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위기:핵무장한 북한을 다루는 법’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이들은 대북 경제 지원의 조건으로 핵 포기는 물론 강압적 지도체제 완화, 경제개혁 실시와 재래식 군사력의 대폭 감축, 생화학 무기의 생산 및 판매 금지, 화폐 위조 및 마약 밀매 금지, 인권에 관한 대화 착수 등을 북한에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회담에서 “또 다른 미래에 대한 비전을 북한 지도부에 제시해야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이 자멸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서 만일 북한이 제안을 거부하면 대북 강경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명분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데이비드 강 다트머스대 교수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고립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외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아무것도 주지 않고 핵 프로그램 포기만 요구한다면 회담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핵 폐기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를 지속적으로 원하고 있다”면서 “양자회담이냐 다자회담이냐 하는 회담의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협상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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