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들 '몰카 공포'…“걸리면 끝장” 몸조심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32분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 여진이 이어지면서 청와대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몰래카메라’를 통해 양 전 실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생하게 공개된 데 대해 청와대 직원들은 “나도 표적이 될지 모른다”며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 여름휴가를 다녀온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휴가라고 해도 어디 놀러 갈 생각을 못 하겠더라”며 “애들 데리고 영화관 간 것 말고는 외부인을 일절 만나지 않았다. 청와대 직원에 대한 사람들의 눈길이 달라진 것 같아 만나기가 겁난다”고 털어놨다.

다른 비서관은 “요새 청와대 직원들은 골프 부킹이나 여름휴가 콘도 청탁 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대통령도 군부대 휴양지로 휴가를 다녀온 마당인데, 해외여행을 갈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있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정무수석실 한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면 ‘죽는다’는 분위기 때문에 기자들과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식사나 술자리 약속 풍토도 달라졌다. 정책실의 한 행정관은 “양 전 실장이 피치 못할 자리에 엉겁결에 동석했다가 ‘패가망신’한 것 아니냐. 이제 소주 한잔 먹기도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행정관은 “요즘은 식사 약속도 내가 돈 내는 자리만 가고, 어떤 형식이든 접대받는 자리는 약속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인당 접대 한도 2만원으로 돼 있는 청와대 직원 윤리강령이 5만원으로 현실화될 것이란 말이 나오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윤리강령과 관계없이 일단은 몸조심이 최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위축되자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업무 활동까지 제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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