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가족 몫' 베개7개 청와대 보관

  • 입력 2003년 8월 5일 2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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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청와대측이 밝힌 조사 결과 중에는 오원배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이 대통령에게 드리라며 양길승 실장에게 선물을 맡겼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오씨는 6월 29일 서울로 돌아가는 양 실장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내주면서 승용차에 국화베개 9개, 초정약수 3박스, 4kg들이 향토쌀 3포대를 선물로 실어줬다. 시가 45만원어치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양 실장이 선물을 받았다는 것은 새로 드러난 내용이다.

국화베개는 양 실장 부부와 대통령 가족 몫으로 줬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 국화 베개는 국화꽃 말린 것을 베개 속에 넣은 것으로 이 베개를 베면 머리가 맑아지고 단잠을 잘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양 실장은 초정약수 1박스와 향토쌀 1포대는 운전사에게 주고, 나머지(베개 2개, 초정약수 2박스, 쌀 2포대)는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청와대측은 “베개 7개는 미처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못해 관저 창고에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실장은 당초 관용차를 이용해 청주로 내려갔으나 관용차를 서울로 돌려보내고 1박을 했다. 이 같은 점으로 미뤄 오씨는 미리 선물을 준비해 자신의 승용차에 실어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정치권 주변에서는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모씨가 자신의 차에 거액을 실어 양 실장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양 실장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같은 소문은 아마도 오씨가 자신의 차에 선물을 실어 보내준 것이 와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측은 “초정약수와 향토쌀은 지역특산품을 선물한 것이어서 순수한 의도로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화베개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가 45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청와대측이 “당초 양 실장이 축소 진술을 했다”고 지적한 내용 중에는 그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도 포함된다. 상당액의 선물을 받은 것이 양 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됐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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