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당밖서 ‘시위성 勢과시’

  • 입력 2003년 7월 28일 0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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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가 27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를 초청, 만찬 회동을 갖고 정국방향을 논의한 것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큰 틀의 변화를 염두에 둔 외연확대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번 3자 회동은 특히 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경선에서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고배를 든 뒤 잇따라 당과 거리를 둔 ‘세(勢)’ 과시를 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 서 전 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회동 내용과는 별개로 자신의 정치행보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최 대표의 존재를 의식해서 “당내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5선 의원으로 대표까지 했는데 마음을 비웠다”며 원로급 정치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서 전 대표는 “YS와 JP가 참석하는 모임을 정례화할 것”이라며 “언젠가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만나 이런 뜻을 전하고 다른 원로급 지도자들도 동참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해 당 밖에서의 행보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서 전 대표는 또 한국정치가 나아갈 방향으로 지역갈등 해소, 북핵문제 해결,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진입을 꼽았다. 이 가운데 특히 지역갈등 해소를 강조했다.

그는 “지역갈등은 3김으로부터 시작됐고 3김의 후계자들이 이를 답습하고 있다”며 “당사자인 3김이 지역갈등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이어 “윗분들이 그런 일을 하지 못하면 내가 나서서 하겠다”며 “이 같은 일은 정당을 떠나 할 것이며 최 대표가 따라오든 안 따라오든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독자적인 정치행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당 안팎에선 이번 3자 회동도 최 대표를 향한 일종의 ‘세(勢)’과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앞서 서 전 대표는 경선 때 자신을 도왔던 박혁규(朴赫圭) 심규철(沈揆喆) 등 의원 4명과 원외 지구당위원장 9명을 대동하고 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옌볜(延邊)을 방문했다.

또 서 전 대표는 28일 방미 길에 오르는 데 이어 다음달 중순엔 맹형규(孟亨奎) 이원창(李元昌) 김학송(金鶴松) 등 가까운 의원들과 다시 외국으로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측은 이 같은 서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중국 방문도 일종의 시위 성격으로 본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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