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공무원 초청 간담 “언론에 좋은평 못받아 괴로워”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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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원-제도개선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원-제도개선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요새 좀 괴롭고 힘들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민원 및 제도개선 담당 공무원 213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워낙 큰 주제들이 많고, 그것이 다 내게 즐겁지 않은 방향으로 보도되고 있어 괴롭다”며 이같이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가깝게는 지난해 대선자금을 둘러싼 시비에서부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주변국 순방 등 굵직한 현안에 이르기까지 언론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은 “요즘 보니까 (언론) 보도에 나오는 일들이 중요한 일도 많지만 많이 부풀려져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한 뒤 “5년간 신문에 크게 뻥뻥 날 일만 하고 대통령을 마칠 수도 있지만, 표가 좀 안 나더라도 구체적인 정치와 행정의 변화 속에서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하는 혁신을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제 ‘봉사(奉仕) 개혁’을 했으면 좋겠다. 공직사회가 이대로 그냥 가면 가장 천대받고 가장 비난받는 직업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공직사회의 자발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일선 민원창구에서는 ‘규정상 안 된다’고 하고, 본부에서는 책임이 없으니까 ‘당연히 해줄 일을 왜 안 해주지’ 하는 식으로 민원이 오르락내리락하면 민원인들은 속이 터진다. ‘개××들, 공무원들 절반은 잘라야 돼’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면서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잘 해보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이 없어질지 모른다고 신문에 나던데,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신임받는 수석실이 국참수석실이고, 앞으로 힘이 실릴 것이다”면서 “각 부처와 자치단체에 국참수석실 같은 제도개선실을 만들어서 이게 잘 발전하면 일선에서 민원이 다 해결되고 중앙부처나 청와대로 올라올 민원이 거의 없어져버릴 것이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부처 안에서 민원인들과 토론하고, 자동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민원과 제도개선의 오토매틱 시스템을 만들자”면서 “이렇게 해서 공직사회의 서비스가 두 배가 되고, 효율이 두 배 나오면 공무원 수를 절대로 줄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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