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 회담]北김영성 "한반도에 核먹구름 몰려온다"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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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시작된 11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남북한이 북한 핵이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어떤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모아졌다. 남북 대표단은 그러나 이날 밤 회담장인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중국요리를 들면서 2시간가량 환담을 나누는 등 일단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만찬사에서 “남북대화의 뿌리에는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는 만큼 6·15 선언은 남북관계 현실 속에서 살아 있다”며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북측 대표단장인 김영성 내각 책임참사는 “남북의 성의를 모아서 중요한 합의를 이뤄 겨레에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자”고 화답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대화는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핵 사태가 불거진 뒤 열린 3차례(8∼10차) 회담에서 핵문제 해법과 관련해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라는 원론적인 표현에만 합의했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도 회담시작 직전 전망을 묻는 질문에 “협상은 전망보단 결과로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정세현 통일 "협상결과로 말하겠다"▼

김 책임참사는 도착성명에서 “어려울수록 우리 민족끼리 힘을 모으자”며 민족공조의 필요성을 되풀이 강조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월 이후 미 일 중 3국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미공조’에 무게를 둔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측 대표단은 또 성명에서 “호전세력이 (이라크) 전쟁의 결과로 전쟁열에 들떠 있고, 핵전쟁의 검은 구름이 한반도에 몰려오고, 위기가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파국적 결과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다”고 주장했다.

김 책임참사는 그러나 신라호텔 2층 회담장에서 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선 덕담을 주로 했다. 그는 “엊그제가 작은 더위라는 소서(小暑)였지만, 이보다 더 뜨거운 우리 민족의 통일 열기를 바탕으로 이번 회담을 잘 치르자”고 말했다. 정 장관은 “6월 장마엔 돌도 자란다는데, 남북관계도 이처럼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에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에 나서는 것이 왜 북한에 이로운 것인지,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를 북측에 설명할 방침이다.

역대 장관급 회담에서의 북한 핵 관련 합의 내용
회담 날짜북한 핵 관련 공동보도문 내용회담 당시의 한반도 상황
8차(평양)2002.10.19∼22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당시 방북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처음으로 시인(2002.10.4)한 사실이 회담 이틀 전인 10월 17일 공개됐음
9차(서울)2003.1.21∼24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극 협력한다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첫 장관급 회담
10차(평양)2003.4.27∼30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쌍방의 입장을 충분히 협의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력한다북한 이근 외무성 부국장이 회담 4일 전인 4월 23일 베이징 3자회담 도중 미국 대표를 복도로 불러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음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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