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르피가로紙 “盧, 한국인들을 실망시켰다”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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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는 한국 사회의 퇴보적인 면을 끝내고, 새로운 정치 계층의 출현을 보여주는 386세대의 승리였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겨울 동안만 지속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1일 국제면인 3면을 대부분 할애한 남북한 관련 특집 중 ‘서울 거리가 노 대통령에게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는 제목의 별도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르피가로는 이 특집에서 북한 핵과 난민 문제, 사면초가에 몰린 노 대통령의 근황을 전하면서 서울의 격렬한 시위장면을 담은 사진과 함께 “며칠 전부터 파업과 시위의 물결이 한국 신임 대통령의 행복한 시간에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내가 노무현(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니…. 그는 집권하면서부터 공약과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권했을 것이다.”

한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이 개탄했다. 그 앞의 신문 판매대에는 일간지의 커다란 제목들이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한 국가의 원수가 이렇게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은 그의 정치적 무능함이 야유를 받고 있다. 진보적 변호사였던 노 대통령은 노조들의 지지를 받았었다. 한 달 전부터 그는 (노조에) 양보를 함으로써 사회적 동요를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가 지나치게 양보해서 노조들이 ‘경매가’를 올려 부르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노 대통령은 때로는 공적인 자리에서 어이없는 순진함을 내보인다. 5월 말 그는 TV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해 청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 전직 언론인은 “그는 경험이 없는 게 표시가 난다”고 했다. 80년대 한국 사회운동의 역사적 인물이며 노 대통령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장기표씨는 “나도 노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는 우리에게 변화를 약속했으나 그가 변화시킨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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