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2만달러 시대' 역설…'파이 키우기'로 우향우?

입력 2003-07-02 18:46수정 2009-09-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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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직원조회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화두로 꺼낸 것은 참여정부 5년의 국정목표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참여정부가) 동북아경제중심 국가로 가야 하지만 사람들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온다. 시민들에게 국정목표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구체적으로 2만달러라고 하면 쉽게 설명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참여 정부가 개혁을 통해서 도대체 무엇을 지향하는지 구체적인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외국 투자자와 경제계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2만달러’ 아이디어는 재계가 새 정부 출범 때부터 내놓았으나 청와대에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전경련은 2월 25일 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새 정부와 함께 2만달러 시대를 열어갑시다’라는 플래카드를 전경련 건물에 내걸었으며, 이에 앞서 2월 7일 열린 총회에서는 새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로 ‘2만달러 추진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새 정부는 성장 전략에 무게를 두는 2만달러 모토보다는 동북아경제중심이나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등 다소 추상적인 국정과제에 매달렸다.

전경련 손병두(孫炳斗) 고문은 “국가비전은 목표가 명확하고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면서 “동북아중심국가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캐치프레이즈로는 국민에너지를 결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이 최근 핵심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2만달러 시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2만달러 시대’를 강조함에 따라 참여정부의 국정운용 기조도 분배중심에서 성장위주로 바뀌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이 노사분규에 대해 엄정한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도 당분간 ‘파이를 키우자’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조회에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철저한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공직사회가 변해야 하며 그 선두에 있는 청와대가 변해야 한다”면서 “돈을 벌겠다거나,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명성을 얻으려면 연예인이 됐어야지, 작은 욕심을 버리고 함께 가자”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라”며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날이 잘 선 칼을 가진 사람과 같다”며 기강확립을 거듭 주문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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